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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고래 Oct 08. 2020

오늘도 내일도, 떡볶이

떡볶이를 제일 처음 먹은 날이 언제인가를 떠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떡볶이를 누구와 함께 먹었는지 떠올리는 일도 그리 쉽지 만은 않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떡볶이는 죽마고우처럼 나와 오랜 세월 함께 해온, 반려 음식인 까닭이다.


나는 길 위에서 떡볶이를 먹었다.


부모님께 처음으로 용돈 받은 날,

들뜬 발걸음으로, 나는 떡볶이를 파는 길거리의 포장마차로 뛰어갔다.

두 개의 포장마차가 나란히 놓여있는 거리에서, 어린 나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한쪽은 다른 한쪽에 비해 좀 더 맛이 있는데,

더 맛있는 쪽이 다른 쪽에 비해 떡의 개수가 2개나 더 적었다.

그 사이에서, 나는 맛이 우선이냐 양이 먼저냐를 두고 햄릿처럼 갈등했다.


어릴 적 부모님이 외출한 날에는,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팔던 떡볶이가 나의 양식이었다.

특별히 그런 날은, 떡볶이를 먹은 후, 쥐포도 구워 먹고, 디저트로 달고나 뽑기를 하는 등

불량식품으로 나만의 풀코스 요리를 먹는 날이기도 했다.


친구와 우정이 돈독해진 날,

나와 친구들은 하굣길에 달콤한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

사이드 메뉴로 바삭한 튀김과 쫄깃한 어묵을 추가해가며 경쟁하듯 먹었다.

그렇게 우리는 우정도, 우리의 몸집도 눈덩이처럼 키웠다.


친구와 다투었던 날에도,

나는 하굣길에 매콤한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

어묵 국물을 종이컵에 계속 리필해가며 마음속 맺힌 감정을 풀어냈다.

떡볶이 아주머니는 이따금 내 하소연을 들으며 위로나 조언 대신 떡 한 두어 개를 그릇에 더 넣어주시곤 했다.


고등학교 시절 야간 자율 학습을 마친 늦은 저녁에도,

친구들과 나는 즉석떡볶이 전골을 누룽지까지 만들어가며 긁어먹었다.

스무 살, 늦은 밤 데이트의 필수 코스도 환한 백열 조명 아래 빛나는 떡볶이였다.

 

지금도 여전히 직장 생활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엽기적으로 맵다는 그곳에 들러 떡과 치즈를 함께 감으며 먹곤 한다.

며느리가 되어서도, 명절 끝의 느끼함은 언제나 떡볶이를 부른다.


십 년 전, 떡볶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던 남편도

한 달에 한 번은 떡볶이를 먹고 싶다고 한다.

떡볶이의 설득력이 나보다 더 강하다.


내가 먹은 수많은 떡볶이가 나의 삶에 맛을 더했다.

우정, 위로, 낭만, 공감, 갈등, 추억......

쫀득하고 칼칼하게 덧붙인 관계 안에서

떡볶이는 내 인생의 이야기를 이어 붙였다.


떡볶이는 소울 푸드보다, 소울 메이트다.


혼자 먹어도 같이 먹어도,

거리에 서서 먹어도 식당에 앉아 먹어도,

야채를 듬뿍 넣어도 고기나 해산물을 넣어도,

한결같이 내 속을 알아주고 시원하게 풀어준다.

그래서 소울 푸드이기보다, 소울 메이트다.  


떡볶이는 소확행이다.

고추장 떡볶이의 오리지널 매콤함도,

카레 떡볶이의 향긋하고 깊은 풍미도,

짜장 떡볶이의 달큰하고 짭짤한 끝 맛도,

크림 떡볶이의 부드럽고 묵직한 느끼함도,

그날의 기분과 분위기에 따라 바꾸어 먹는다.


가끔은 우리도 떡볶이로부터 지혜를 배워야 한다.

어떤 토핑과도 잘 어울리는 유연함을 통해 대인 관계의 지혜를.

때마다 적당한 모습으로 상황에 맞게 처신하는 낄끼빠빠의 지혜를.

쫄깃, 달콤, 매콤, 느끼함의 여러 가지 맛을 통해 밀당하는 지혜를.

지칠 때는 위로로, 즐거울 땐 함께 웃음으로 상대의 마음을 공감하는 지혜를.




퇴근길, 나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저녁은 아무래도 외식해야 할 것 같아.”

“왜... 무슨 일 있었어?”

“응... 만나서 얘기할게...”

“떡볶이 먹으러 갈까?”

“응, 좋아!”


오늘도,

나는 떡볶이를 먹는다.


어쩌면 내일도,

나는 떡볶이를 먹을 것이다.


   





고추장 반려 떡볶이 만드는 법

1. 떡을 물에 담가 20분 정도 불린다. 냉동 떡은 반드시 해동 후 요리한다 :)

2. 기름을 한 큰 술 두르고 마늘과 대파를 볶는다.

3. 2번에 양배추를 가득 넣고 익히며 숨을 죽인다. (양배추를 싫어한다면 이 과정을 빼도 좋다 :)

4. 물을 떡이 잠길 정도의 양으로 넣고 고추장을 넣는다. (물과 고추장은 종이컵 1컵에 고추장 1.5큰술 정도의 비율로 맞춘다.)

5. 4번이 끓으면, 떡을 넣고, 설탕을 넣는다. (이때 더 매콤한 맛을 원하면 고춧가루를 한 큰 술 정도 두른다.)

6. 5번의 떡이 익기 시작하면, 양파, 어묵, 야채 등등의 부재료를 추가하고 떡이 잘 익을 때까지 끓인다. (간을 보고 필요한 맛을 첨가한다. / 맵고 짠맛: 고추장, 단맛: 설탕, 올리고당)

7. 떡이 다 익으면 불을 끄고, 참기름을 살짝 둘러 섞는다.

8. 그릇에 담아 푸짐한 한 그릇을 맛있게 먹는다.


Tip. 떡볶이의 맵고 짠맛은 우유와 함께 먹으면 몸에서 진정되는 효과가 있어요. 저는 떡볶이를 먹을 때 언제나 우유를 함께 마셔요 :)  


그림 by 공감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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