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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악치료사 이원지 Jun 27. 2023

6개월 뒤, 마흔. <중년 행복론>

안정되고 성숙한 인생의 황금기vs복잡한 문제로 몸과 마음이 힘든 시기

몇 주 전 어느 어간에, 서른 아홉 내 나이가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1. 아직은 크게 신체 이상 없고, 그래도 왠만큼 건강하다.

2. 아직은 크게 대항하거나 반항하는 중등 이상의 자녀가 없다.

3. 아직은 크게 아프시거나 중병에 걸리신 양가 부모님이 없다.

4.아직은 크게 쟈글쟈글하지 않고, 그래도 꾸미면 왠만큼 괜찮다.


5. 이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대체로 안다.

6. 삶의 방향성에 대해 여전히 고민하지만 어느 정도는 그 길대로 흘러가고 있다.

7. 남편과 아내로서의 삶이 꽤 무르익어 서로를 잘 알기에 상대방의 아킬레스건은 잘 건드리지 않는다.

8. 어줍짢게 귀여운 초등생 자녀이기에 입시, 이성문제, 성 문제.. 등의 거대한 파도는 아직이다.  

.....


마흔을 6개월 앞둔 지금의 이 시기가 나의 인생 중 가장 빛나는 때구나. 라는 생각.

홀연히 찾아온 이 생각은 감사하기도, 다가올 그 어떠함이 뭉근히 염려되기도.


(양가 부모님 중 어느 한분이 가시는 날이 오겠지. 우리 엄마 먼저 가시면 쓸쓸한 아빠의 뒷모습은 내가 어찌 바라봐야하나. 우리 시어머님 가시면 엄마를 그토록 사랑하는 우리 홍천이 아픈 모습 어떻게 봐야하나.

아인 수아 십대 들어가 남자친구 생기고 덜커덕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홍천과 나 중 누구라도 건강에 문제 생기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되는건가.)


사서로운 괜한 걱정들 말고, 이별의 순간들은 분명히 다가올 것일진대. 아무리 준비를 한다한들 준비가 될까.

자고로 나는 원체 상상력이 강한 동물이고, 슬픔 이상의 슬픈 장면들도 많이 그려보곤 하나, 그러한 염려는 아마 완결이 없을 걸.



중년이라는 단어가 이전에는 완전히 넘의 이야기였으나, 중년의 시작점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40세부터이니, 이제 그야말로 "가운데 나이"에 입성하는 것.

"중년기는 보통 40~65세로 인생의 중간지점에 해당된다.

이 시기는 안정되고 성숙하는 인생의 황금기인 동시에 복잡한 문제로 인해 몸과 마음이 힘든 시기이다."


라고 구글이 친절히 명확히 설명해준다.

"인생의 황금기"인 동시에, "복잡한 문제"로 "몸과 마음이 힘든 시기".


만남보다 이별이 더 많을 것이고, 그 슬픔이 진할 것이 분명한 날들,

신체 연료가 떨어져 몸고장이 나고,  온갖 건강 프로그램을 섭렵할 날들이 내 앞에 기다리고 있겠으나

나는, 적어도 지금은, "인생의 황금기"라는 기쁜 단어에 포커싱하는 중.

이 빛이 아스라히 끝나갈 즈음, 또다른 빛에 거할테니.

다가올 문제들을 두려워말고 불안해말고 현재의 안전함과 성숙함에 더 집중하며 그렇게 나의 중년을 보내보자. 혹여나 슬픔의 홍수가 흘러넘치는 날이 되면, 충분히 슬퍼해야지.


나의 자리와 역할과 여전히 진행 중인 꿈들 속에서 견고히 아름다운 녹색빛과 금빛을 내고 있는,

적어도 지금, 나의 삶은, 찬란한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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