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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악치료사 이원지 Sep 14. 2023

어쩌다 모닝루틴.

어쩌다 3일째.

'230914.


아침에 아이들보다 일찍 깬 날은 약간은 흘렁흘렁, 대중없이, 딱히 루틴 없이 시간을 흘려 보내었다. 그리고 아이들 깨면 밥먹이고 설거지하고 대충 치우고 다들 아는 그런 학교 등교 준비.

새들도 열심히 울어주는 상콤한 공기가 가득한 이 시간, 어떻게 보내얄지.

묵상이나 기도 시간도 갖고 싶고, 산책도 고프고, 운동도 좀 해얄것 같은데, 매번 머릿속으로만 구상하다 실패.  그러던 중에 어쩌다 저쩌다 모닝루틴이 만들어졌다.

해야겠다.! 결심했다.! 좋았쒀, 이제 시작이야! 가 아니라, 스멀스멀 흘렁흘렁 시작된 루틴이기 때문에 큰 구속감 없이 꽤나 괜찮다.


일단 요즘 퍽 일찍, 그리고 잘- 잔다.  매번 아이들 방과 안방을 들락날락하는것이 피곤의 근원이었는데, (아이들 방에서 같이 잠들었다가 새벽 1시쯤 내가 안방으로, 새벽 2-3시쯤 첫아이가 엄마없으니 안방으로, 셋이 한침대서 좁으니 내가 다시 아이들 방으로, 이것보다 더 여러번의 반복이 있는 날도 매우 많은.)  안방, 다시말해 홍천이 옆에 가야한다는 생각을 좀 놓아버리니 아이들 방에서 나도 같이 잠들고 그냥 쭉 자버린다. 피곤이 좀 덜하다. 내남편 옆이 제일 좋으나 우짜. 엄마랑 같이 자고픈 날들도 이제 얼마 안남았을걸.


10시 전후로 잠드니 새벽 기상이 어렵지가 않다. 이른 출근을 하는 홍천이 소리를 듣지 못하는 날이 허다했는데. 쨌든, 다섯시반에 아이들 방으로 들어가 새벽예배 유툽 라이브를 켠다. 묵상 후 15분 기도. 아주 깊게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여러 면면들을 고찰하고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시간. 홍천이 출근하면 잠깐 화장실에 들른 후 아직 아이들이 깨지 않은것을 확인하고 산책을 위해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고 닫는다. 에라 모르겠어. 깨서 엄마 없으면 전화하겠지뭐.

 9월의 새벽 6시 20분. 공기냄새와 기온, 바람, 모든것이 펄펙하다. 딱히 운동이 목적은 아니다. 이 시간대의 아침을 즐기고픈, 그러나 운동도 되면 좋은 그런 산책. 이 공기 색감에는 어떤 곡을 선곡할까... 여러 음들과 하늘과 함께 동네 한바퀴 20분 정도. 이제 돌아가야겠군. 16층까지 계단으로 저벅저벅 올라간다. (얼마전부터 시간이 허락하거나 내 손에 무언가가 들려있지 않을때면 계단 걷기를 시작했는데, 자기 전 다리 아림이 없어 좋다). 6시 45분 정도, 집에 도착해서 아직 아이들 자고 있으면 다행이네 생각하고선 냉장고 문을 열어 뭐라도 꺼내먹는다. 뭐 대-강 이런 모닝루틴. 괜찮지 않은가.

하루를 생기있게 시작하는 느낌. 시작이 괜찮으면 그래도 하루를 괜찮게 살아내고 싶단 생각이 일어나는 듯하다. 오늘이 3일차, 내일은 어찌되려나. 내가 아는 나는 분명히 이거 오래 몬한다. 또 어느날 늦게까지 넷플릭스라도 보게되면 (그날은 오늘일듯 하하하핳) 그 다음날은 아이들과 함께 기상할 것이고 또 그러저러한 하루를 맞이하겠지.


그래도! 뜻밖에 괜찮은 모닝루틴을 만났으니 나름 근사한 기분이 든다. 또 며칠동안 루틴없는 아침을 보내더라도 다시 돌아갈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분명 매일 쓰지 않겠지만(나를 잘 진단하는건 매우 중요, 그래야 내가 날 좀 봐주지.) 그래도 기록할 무언가가 생기면 쓰겠거니 생각하고 열어둔 이 일기 공간처럼.


슬렁슬렁하다 (물론 슬렁슬렁에 '생각'은 들어가야 뭐라도 나오는법) 얼얼히 하게된 무언가... 나를 좀 편안히 두는 토대 위에서 시작한 모닝루틴, 깨어져도 크게 타격감 없는 나만의 모닝루틴이 맘에 든다. 과연.. 내일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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