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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악치료사 이원지 Jul 04. 2024

<엄마에게 사랑이 아닌 상처를 받은 너에게>북리뷰

제목보다 훨씬 광대한 내용을 품고 있는 책. by 찰스 화이트필드. 

-For Guided Imagery Music Level3. [Book Report]



내면아이라는 단어나 주제는 내게 친숙한 개념이 아니었다. GIM이 좋아서 신청하고 레벨 2과정을 마칠 때까지도 그랬다. 혹여라도 개인 세션을 받는 중에 내면아이가 등장하거나, “그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볼수 있어요?”라는 질문이 들어오게 되면, 소심하게 작은 목소리로 “아니요...”를 말하거나, 맥락 상 알맞은 문장을 큰 감정 소모 없이 말하곤 했다. 나는 어색했고, 살짝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아직 나의 내면아이를 만나거나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도 같다. 


 레벨3를 위한 과제로 개별 퍼스널 세션 4회를 1주일에 1회 집중적으로 받게 되고, 수퍼비전 세션까지 교수님들께 받으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다른 사람(교수님과 동료) 앞에서 (심지어 내 자신 앞에서도 처음) 꺼이꺼이 통곡을 하며 나의 내면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놀랍고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나는 어두운 곳에 홀로 우두커니 웅크리고 있는 어린 시절의 나를 발견하였고, 착해야만 하는 나, 엄마의 표정을 살피고 눈치를 봐야만 하는 나를 알아차려버렸다. 그 경험이 있고, 나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깊게 하는 며칠이 흐른 뒤, 이 책을 접하게 된 것. 


 [우리 마음속에는 아이가 살고 있다-나의 내면 아이는 왜 울고 있을까-사랑받고 싶었던 내 안의 외로운 아이를 위한 심리연습-이제는 나의 내면 아이가 편안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총 네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 이 목차가 신비할 만큼 놀라웠던 것은, 이 책을 읽게 된 시점이 나의 내면아이를 만나기 전이었다면, 계속해서 어색한 영역으로 남아있었다면, 현재와 같은 깨달음은 허락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게 된 시점과 책의 내용, 나의 내면아이와의 만남 모든 것이 연결되며 참 감사한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책을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사실 중 하나는 내면아이라는 개념을 정립하는데 알코올 의존증 환자 가족 치료 운동이 기여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나의 어린 시절, 아빠의 두꺼운 구토 소리와 함께 방바닥에 항상 놓여져있던 통(구토를 담는)의 색깔도 함께 떠올랐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 치료 모임이 효과가 있었고, 그 가족의 상처까지도 보듬었으며, 내면아이의 개념까지 정립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의 발달이 최근 몇십년 사이의 일이라는 것은 놀랍고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이 내면아이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아이가 대부분 무의식 세계에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사실. 우리들은 그 상처를 치유한 것이 아니라 애써 잊어온 것이기 때문에 그 상처는 무의식 세계에 깊이 자리를 잡아버린다. 그리고 내면아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진짜 자아는 숨어버리고 거짓된 자아나 의존적 자아가 나타나게 된다. 나 또한 내면아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과 동일하게 나의 상처를 애써 잊어온 것 같다. “애써”라는 단어가 마음을 울린 것을 보면. 그리고 내가 늘 부딪혀왔던 문제. 인텐션에도 여러번 내어왔던, 내가 위선적인 것 같고, 의존적인 것 같은 느낌 또한 같은 맥락에서 내면아이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만나게 될 다양한 내담자들 중에도, 내가 경험하고 있는 내 내면의 문제들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을테고, 내면아이와의 연결성을 인지하지 못하며, 내면아이라는 단어 자체를 어색해하며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기에 나의 경험은 또 다른 면으로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퍼스널 세션을 받으면서 트레이너의 말을 통해 알게된 것은 “자연스러워지고 싶다”라는 문장을 내가 퍼스널 1회부터 줄곧 말해왔다는 사실이었다. 그랬구나. 나는 자연스러워지고 싶었다. 물론 내가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황과 관계가 존재하지만, 어떤 관계에 있어서 스스로가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기 때문이다. 나는 편안해지고 싶고, 그 누구보다 자연스러워지고 싶었다. 그 원인과 이유에 대해서 이 책은 명확히 밝혀준다. 거짓된 자아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중요하게 생각하다보니 다른 사람들이 바라는 자신의 모습에만 초점을 맞춘다고. 정말 자기가 원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이 원하는 쪽으로 끌려다니며, 타인 위주로 생각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모습이 되고자 노력하는 대중적인 자아... 이건. 완전히 나의 모습이었고, 해결되지 못한채로 계속 끌고 왔던 나의 인텐션이었다. 찰스 핀의 시처럼 나 또한 진짜의 나, 자연스러운 내가 되고 싶은데 말이다. 아주 어렸을때부터 시작된 나의 이러한 면면들은 어떻게 해결되어질 수 있을까?

  

첫째, 참 자아를 찾고 그렇게 되는 연습을 한다. 둘째,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영적 욕구를 확인한다. 셋째, 지지해주는 안전한 사람들 앞에서, 슬퍼하지 못하고 묻어둔 상실이나 고통을 다시 인식하고 충분히 슬퍼한다. 넷째, 자신의 핵심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나간다. GIM을 통해 내면아이를 만나는 것(물론 나처럼, 이 단계까지 오는데도 한참 걸리는 내담자가 있겠지만)이 참 자아를 찾는 첫 단계, 첫 단추가 될 수 있겠다. 자신의 다양한 욕구들을 확인하고, 상실과 고통을 “충분히 슬퍼하는 것” 또한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돕는다. 처음 내면아이를 발견하고, 꺼이꺼이 울고 난 후, 혼자 산책할 때, 내면과 관련한 가사의 음악을 들을 때, 교회에서 기도하거나 예배할 때, 난 계속 내가 만난 내면아이가 떠올랐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으며 충분히 슬퍼했다. (물론 이 단계를 미리 알고 일부러 슬퍼한 것은 전혀 아니다.) 그러면서 어둡게 웅크려있던 어린 나 자신을 불쌍히 여겨주게 되었다. 정말이지 전에 없던 변화였다. 결국 자신의 핵심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나가는 것은 결국 인텐션에서 계속 내어왔던 그 문제들일 수 있겠다. 


 이로서 내가 내담자들을 만날 때, 그가 당면한 문제들은 결국 그의 내면아이와 안팎으로 연결되어질 가능성이 매우 농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내놓는 무수한 인텐션들이 내면아이와 어떻게든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나게될 내담자들의 내면아이를 충분히 보듬고 그것으로부터의 핵심문제들을 해결해나간다면, 대상자들의 삶은 분명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그 변화의 과정을 경험하고 있는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영적인 영역을 강조하며 내면아이를 치유하기 시작하면 좀 더 높은 단계의 사랑을 발견하고 추구하며 초월하게 된다고 말한다. 교수님이 늘 심리상담이나 GIM의 결론은 영적인 것들로 귀결된다고 말씀하셨었는데, 찰스 화이트필드도 동일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사랑은 전능한 존재가 사람을 치유할 때 쓰는 방법이며, 우리 자신도 사랑을 통해 자신을 치유한다는 것. 그룹 치료나 상담, 명상, 기도, 친구관계에서도 결국은 사랑이 가장 효과적 치료 수단이 된다는 것. 내면아이를 만나게 되면서 생각을 정리해 글로 옮긴 적이 있다. 내가 나를, 나의 내면아이를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주어야겠구나. 그리고 내가 나를 진정 사랑하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도 질적으로 높은 사랑을 건넬 수 있겠구나. 그러한 사랑의 선순환.. 과 같은 논지의 글이였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 전능자가 나를 치유할 때 사용하는 그 방법으로 나 또한 나를 더욱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앞으로 내가 만나게 될 내담자들의 인텐션이 어떠하든, 편견없이 대하되, 그 인텐션이 내면아이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연결되고 있을 수 있음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내담자가 내면아이를 만나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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