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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악치료사 이원지 Aug 26. 2024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_북리뷰

태어남은 본질적으로 사형선고다. 

책 제목부터 마음에 깊이 닿을 수밖에. 

-에 대하여./-에 관하여. 벌써 내가 애정하는 음절들.

목차는 또 어떠한가. 무엇도 버릴것 없는 문장들에 감탄하다 이내 한 문장씩 곱씹게 된다. 1장부터 8장까지의 소제목만 가지고서도 심야의 심오한 백분토론이 가능한 주제들. 현재의 나는 5장과 7장을 살고 있는 중으로, 나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면서, 나를 약하게 만드는 것이 나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에 대하여 여실히 느끼고 있는데, 그것을 종이 위 글자들로 만났구나. 

태어남은 본질적으로 사형 선고라는 헤겔의 문장에 완벽하게 동의하는 바이다. 나도 너도 남도 넘도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받아들인 셈이기 때문이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하루만큼 더 가까워지는 죽음을 하루하루 깨달으며 살아내지 못할 뿐. 


우린 유한한 인생을 살고 있기에 삶의 의미가 더욱 다채롭고 농도가 짙다. 짧은 시간의 제한 안에서 또다른 의미의 기적인 죽음을 준비하며 현재에 충실함과 동시에 앞으로의 방향을 곰곰 숙고하는 것. 

끝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더 나은 것, 높은 것을 추구하게 만들고, 결국 우리가 더 나아가며 나아지게 만든다. 그리고 그 끝에 진정한 쉼이 찾아올 것임을 믿도록 듭는다.


 짧고 유한한 시간 속에서 어차피 죽음으로 향하는 내가 태어날 수 밖에 없었던 숭고한 이유를 깨달아 아는 것이 얼마나 쓸모 있는 일인지. 마흔인 지금에도 그 이유를 찾아 헤매이지만, 조금 더 선명해지고 있는 것까지는 슬쩍 깨달아진다. 누가 뭐래도, 나는 이 유한함을 즐거이 즐기며 살아가다 이생의 이후까지도 즐거이 맞으련다! 


Special Thanks to 애영. 

나의 길에 늘 플러스 요소가 되는 무언가를 한바끔 머물고 있는 그대. 

유한한 시간을 즐거이 즐기는 그대와 함께 생을 걸어가니 나 또한 더욱 즐거워.  

고맙고 감사해. 책도 커피도 인테리어도 빈티지도 902호도 함께한 모든 시간들에 말야. 

이번생 함께하니 다음생도 이쁜 곳에서 향기론 커피 마시며 함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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