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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큰 추억 하나

20241008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그리고 닌텐도샵

by 원지윤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8시가 넘었다. 늦잠이다. 10시 10분까지 유니버설 스튜디오 입구에 들어가야 한다고 남편이 재촉했다. 늦을 때 늦더라도 아침은 거를 수 없는 법이다. 조식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서둘러 준비했다. 원래는 지하철을 타려고 계획했으나 시간관계상, 체력관계상 택시를 타기로 했다. 이번 여행은 남편이 다 계획을 세우고 예약을 해놨기에 남편만 잘 따라다니면 됐다. 거기다 일본어까지 속성으로 익혔다니 이렇게 기특할 수가.


아침 오사카 풍경 / 호텔 조식


다행히도 한국드라마를 좋아하는 택시기사님이 길을 돌아가지 않은 덕에 늦진 않았지만 아슬아슬하게 들어갔다. 남편은 여행오기 몇 달 전에 젤다의 전설 게임에 등장하는 링크의 옷을 이날 아이에게 입힐 작정으로 직구했다. 아이도 만족, 남편도 만족, 지나가는 외국인들과 일본인들이 모두 알아볼 정도였으니 아이는 어깨가 뿜뿜이었다. 사실 저 옷을 살 때 나는 왜 사냐고 했는데,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다. 아빠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를 칭찬한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입구 / 젤다의 전설에 나오는 링크 코스튬한 이니


사람이 적은 날이라고 했는데도 내 기준에서는 엄청 많았다. 오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셋이 나란히 손잡고 다니기가 어려워 둘을 앞세우고 나는 뒤따라 다녔다. 세계 각국에서 오는 테마파크이니 그럴 만도 했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돌아다녔다. 제일 먼저 마주한 캐릭터는 슈렉이었다. 그 앞에 장화 신은 고양이는 아이가 소리친 덕분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인형탈을 쓴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어도 실제 캐릭터를 마주하는 일은 확실히 신나고 즐거운 일이다.


우리는 [ 해리포터 앤드 더 포비든 저니 - 마리오 카트 - 죠스 - 귀멸의 칼날 ] 순서로 예약했다.
(*아이키는 128cm입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1일권 입장권 (성인 2인 183,000원, 아동 1인 57,300원)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익스프레스 4 (인당 18,800엔 세금포함)


사람 없는 편이라고 했는데도 많았다 / 슈렉과 장화신은 고양이


더 위저딩 월드 오브 해리포터에 있는 놀이기구를 10시 반에 예약을 했다. 우리는 익스프레스를 미리 예약해서 갔기 때문에 시간 맞춰서 타는 곳으로 가면 기다리지 않고 빨리 탈 수 있었다. 익스프레스 권은 입장권과 별도로 예약구매해야 한다고 한다. 아홉 살 아이와 하루에 네 가지를 체험하기에는 익스프레스가 필수인 듯하다. 익스프레스 덕에 편했던 건 사실이다. 남편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놀이기구를 타러 가기 전에 굿즈샵과 호그와트 성과 호그 스미드를 구현해 놓은 곳들을 구경했다. 굿즈들도 가게마다 종류가 달랐고 그 수도 정말 다양했다. 해리포터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꼭 와봐야 할 곳이다. 아직 우리 아이는 해리포터를 보지 않았지만 나와 남편은 어렴풋이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 아이에게 설명했다.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막대기만 보면 좋아하는데 이번에도 해리포터 마법지팡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주인공인 해리 지팡이를 선택했고 여기까지 왔는데 사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 막대기 하나가 5,500엔이라니. 안내원의 안내를 따라 주문을 외우고 구매한 지팡이로 마법을 시연해 볼 수 있는 곳들이 곳곳에 있었는데 아이는 줄 서서 기다리다가 갑자기 공연이 시작되어 마법 시연을 포기하고 공연을 보겠다고 해서 직접 시연해보지는 못했다. (엄마의 아쉬움) 포토존이 곳곳에 있었는데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아이의 관심도가 낮아서 따로 찍진 않았다.


우리는 예약한 시간이 되어 해리포터 놀이기구를 탔다. 해리를 따라다니면서 호그와트 곳곳을 여행하는 콘셉트인데 금지된 구역도 들어가고 골든 크리치도 쫓아가는 스토리라고 한다. 어두운 데다가 큰 조형물들 사이로 빠르게 움직여서 무서웠다. 그래도 아이도 재밌게 탄 걸 보면 그리 무서운 것은 아니었나 보다.


더 위자딩 월드 오브 해리포터


다음으로 간 곳은 슈퍼 닌텐도 월드다. 이번에는 해리포터보다 더 많은 사람이 있었다. 어린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모두 즐기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가장 인기가 많다더니 역시는 역시였다.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마리오 팔찌를 파는 곳이 있는데 이 팔찌를 구매해야 곳곳에 있는 미니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아이가 마리오에 대한 관심도가 현저히 낮기 때문에 패스했다. 마리오 카트: 쿠파의 도전장은 마리오 카트를 타고 쿠파를 공격하여 점수를 얻는 게임이다. 모자와 안경을 쓰고 4인용 카트에 타면 입체 화면을 보면서 공격하는 것인데 마리오 팬이면 엄청 신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슈퍼 닌텐도 월드


다음은 죠스를 타러 갔다. 배를 타고 죠스가 나타나는 강을 투어 하는 놀이기구인데 아이는 모형 상어를 아직도 진짜 상어라고 믿고 있다. 그 정도로 꽤나 실감 나게 잘 짜여있다. 무엇보다 앞에서 배 운전을 해주시는 가이드분의 실감 나는 연기가 현실감을 더 했다고 할 수 있다.


죠스 놀이기구


한참 놀고 있는데 한국에서 온 카톡. 애견호텔에서 하봄이의 근황을 보내주셨다. 하루에 한 번씩 사진 보내주신다더니 너무 반가웠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안심이 됐다. 하봄이가 우리 집에 오고 일 년이 지나고 처음 떨어져 보는 일이라 걱정이 되긴 했는데 아주 잘 적응하고 있는 모습이 기특했고 선생님들께 감사했다.


애견호텔에서 지내는 하봄이 근황


다음은 원더랜드로 들어섰다. 아이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에어리어인데 우리 아이는 놀이기구를 막 타고 싶어 하지 않아서 그냥 한 바퀴 걸으면서 구경했다.


유니버설 원더랜드


유니버설 원더랜드 안에 있는 스누피 기념품 샵에 갔다. 스누피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서 바로 기념품을 샀다. 상상이상으로 종류도 많았고 크기도 컸던 기념품샵이었다. 내가 선물을 고르는데 옆에서 인형들을 만져보다가 폭신폭신한 인형을 하나 집어서 안고 다니더니 자연스럽게 계산대 위에 올려놓는 아이의 모습에 빵 터졌다. 언제까지 인형을 좋아하려나 싶어 웃으며 결제했다. 선물보다 인형이 더 비싼,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사연.


스누피 기념품샵에서 인형들 / 귀멸의칼날 굿즈


귀멸의 칼날 XR 라이드를 타러 갔다. 혈귀로부터 도공마을을 지키고 있는 탄지로에게 직접 검을 가져다주는 스토리의 VR영상과 스피드를 느낄 수 있는 라이드가 함께 한 놀이기구였다. 생각보다 빨라서 놀랐고 속도감 있는 영상에 몰입되지 않을 수 없었다. 놀이기구 타기 전에 사진을 찍는 코너도 있었다. 놀이기구를 다 타고 나와서 보여주는데 인화를 원하면 20,000엔을 지불해야 했다. 우리는 찍었지만 인화하지 않았다.


귀멸의 칼날 입구


아이가 노래노래를 불렀던 표주박 팝콘 가방을 사러 갔다. 사람들이 가지고 다니는 걸 보고서는 꼭 사달라고 해서 직원분들께 여쭈어서 파는 곳을 알 수 있었다. 귀멸의 칼날에서 탄지로가 훈련을 하는데 쓰이는 표주박이라고 한다.


귀멸의 칼날 / 표주박 팝콘


귀멸의 칼날이 끝나고 우리의 예약일정은 끝이 났다. 더 돌아다니면서 즐길 것인지 호텔로 돌아갈 것인지 물었고 나와 아이는 호텔로 가자고 했다. 나는 쉬고 싶었고 아이는 닌텐도샵을 가고 싶다고 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나들이는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만 보 이상 걸어 발바닥에 불이 났던 날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비 예보가 있어 우비를 챙기며 걱정을 많이 했는데 흐리기만 해서 놀기에 딱 좋았던 날씨였다. 아기오리가 엄마오리를 따라다니는 것처럼 남편만 졸졸 따라다니며 발바닥에 불났던 하루였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출구로 나가는 길에 본 마리오 게임에 나오는 노란박스 풍선 / 마이멜로디와 쿠로미


숙소로 돌아와 낮잠을 자고 여섯 시쯤 일어났다. 숙소 바로 앞이 지하철 역이고 번화가라서 그런지 어두워져도 사람들이 줄지 않았다. 퇴근 시간 광화문역이나 강남역의 모습과 흡사했다. 다들 어디를 그렇게 열심히 가는지 정신없이 걷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도 열심히 걸었다. 닌텐도샵을 향해서.


닌텐도샵 가는 길


닌텐도샵이 있는 다이마루 백화점 13층으로 갔다.


다이마루 백화점 오사카 13층 닌텐도샵


닌텐도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들과 굿즈들이 많이 있었다. 티셔츠들도 종류가 많았다. 젤다의 전설을 좋아하는 아이는 젤다의 전설 코너에서 떠나지 않았다. 보코블린 인형을 꼭 살 거라고 다짐을 하고 왔는데 다른 멋진 것들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 된다고 했다. 엄마는 개인적으로 그림이 참 마음에 들던데 아이는 다른 것을 골랐다. 게임 캐릭터들의 아미보를 골랐는데 겉모습만 봐서는 그냥 피겨 같지만 게임에 연동되는 피겨라고 한다.



젤다의 전설 굿즈 코너 / 닌텐도 게임 해보기


닌텐도샵에서 한참 구경을 하고 14층 식당가로 갔다. 카레돈가스를 먹고 싶다고 해서 저녁메뉴는 돈가스로 정했다. 히레카츠정식과 로스카츠정식, 카레가츠를 주문했다. 역시 돈가스의 나라. 너무 맛있게 먹어서 그런지 사진이 없다. ㅎㅎ 식사 후 호텔 가는 길에 있는 편의점에 들렀다. 일본에서 편의점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우리 가족이다. 나는 맥주 대신 하로요이 모모를 골랐다. 하로요이는 살짝 취하기라는 뜻이라고 한다. ㅎㅎ 사실 복숭아를 좋아한다기보다 예뻐서 샀다. 아직도 예쁜 거 좋아하는 나는야 아줌마.


다이마루 백화점에서 돈가스를 먹고 페밀리마트 편의점에서 산 간식류


다음 날은 아이가 요즘 푹 빠져 사는 건담을 만나러 교토에 가는 날이다. 아이와 남편은 10시 가까이 되어서 잠이 들었고 나는 새벽 1시까지 프로젝트 홍보물 작업을 하고 잠이 들었다. 늦은 시간까지도 불이 꺼지지 않는 오사카의 밤을 보냈던 둘째 날이었다.


오늘도 수고했어요, 두 사람 / 와이파이는 한국이 더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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