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번 주 목요일은 의미 있는 날입니다. 3월 14일은 파이(원주율, 3.14)를 발견해서 파이의 날이자 세계 수학의 날이기도 해서죠. 그렇지만 대부분 많은 사람들은 이 날을 화이트데이로 기억합니다. 밸런타인데이에서 파생된 아류작 같은 이날은 상술로 인해 생겼으며 수많은 다른 데이들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에게 기대감과 함께 부담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굳이 따지자면 화이트 데이는 남자가 여자에게 주는 날입니다. 대단한 무언가를 주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에도 신경이 쓰이죠.
이번 화이트데이 때 뭐라도 준비하려고 고민하다가 가장 먼저 생각난 선물은 아내가 그동안 자주 먹던 초콜릿 제품이었습니다. 30g짜리 다섯 개 한 상자가 11,000원 정도 해서 값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죠.
사면 간단하지만 우연히 기회가 닿아서 직접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로 마트에서 할인하는 피칸을 발견하면서부터였습니다. 그동안 비싸게 사 먹었던 초콜릿을 보며 재료를 직접 사서 집에서도 만들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요. 먼저 반가운 마음에 피칸을 두 봉지 냉큼 집어 들고 설탕이 적게 들어간 다크초콜릿 그리고 카카오 가루까지 알차게 샀습니다.
만들어진 제품을 하나 사는 편과 만드는 편을 단순히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듯해 보이지만 피칸의 용량이 한 봉지에 200g이고 두 봉지에 400g이며 초콜릿이 2,000원, 카카오 가루가 5,0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싸다고 볼 수 있었죠.
그런데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겼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제 원대한 계획을 말했더니 자신들이 직접 피칸초콜릿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렇게 한다면야 저야말로 땡큐죠.
방법이 간단하니 재료를 준비해 주고 설명을 해줬습니다.
일단 냄비에 물을 받고 스테인리스 볼을 올려놓습니다. 초콜릿을 부숴서 넣은 뒤 중탕으로 천천히 녹여줍니다.
그다음에는 준비해 둔 피칸을 넣어서 초콜릿과 함께 열심히 비벼주면 됩니다. 어때요? 참 쉽죠~?
적당히 버무려진 피칸을 좀 식힌 뒤에 카카오가루에 버무려주는 작업을 합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가루를 너무 많이 뿌려버리면 나중에 남아서 뒤처리가 정말 곤란해지는 점이니 유의하시기를 바랍니다.
사진처럼 가루가 좀 많이 남기는 했습니다. 물론 우유에 타먹기는 했지만요. 카카오 가루까지 묻힌 뒤에 소분해서 하나씩 적당한 크기의 봉지에 집어넣으면 끝!
일을 하는 동안 어찌나 둘이서 재잘재잘 떠들고 웃으면서 장난을 치면서 하는지 한 봉지의 피칸을 완성품으로 만드는데 한 시간도 넘게 걸렸습니다. 다행히 재미는 있어하더군요.
이렇게 수제방식으로 만들었을 때 장점은 당연히 가성비가 좋고 정성이 들어간 초콜릿을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단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다 만들고 난 뒤 여기저기 어질러진 주방과 식기들을 치우는 일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뒷정리는 아이들이 1차로 하고 제가 2차로 했는데 굳은 초콜릿을 닦아내고 가루를 치우느라 애를 먹기는 했죠.
그렇게 정성스럽게 만든 선물은 아이들이 엄마한테도 챙겨드리고 친한 여자친구들에게도 나눠주는 등 인심을 후하게 잘 썼습니다. 엄마는 당연히 아들이 만들어준 선물이었기에 맛있어했고 친구들도 맛있게 잘 먹었다고 합니다.
한 번 만들어봤으니 다음번에는 아이들도 훨씬 더 수월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선물을 주는 친구라면 아이들이 인기남이 되는 건 시간문제가 아닐까 하는 희망회로도 한 번 돌려봅니다.
저희 집은 피칸을 좋아해서 재료로 썼지만 마카다미아나 아몬드, 크랜베리 등 다양한 재료를 코팅해서 취향대로 먹을 수 있습니다. 화이트데이라는 상술에 무분별하게 휘둘릴 필요는 없겠지만 이런 소소한 경험도 삶에 재미난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