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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Mar 24. 2024

진해가 고향이면서 군항제에 24년 동안 못 간 아저씨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제가 태어난 고향인 진해에서 군항제가 개막했습니다. 진해에서 열리는 가장 큰 축제이며 전국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행사입니다. 해군사관학교와 군항제 이 두 키워드가 이 지역을 대표하고 있죠.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 이곳에서 살았기에 매년 봄이면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곳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고는 했습니다.




보통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는 진해에서 이렇게 화사하게 자태를 뽐내는 벚꽃을 보는 일이 어렵지 않습니다. 워낙 지역 여기저기에 많이도 심어져 있어서죠. 제 친가가 있는 지역 역시 벚꽃이 엄청 화사한 곳이라서 관광지로 사람들이 많이 모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안타깝게도 시기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날씨가 아직 풀리지 않아서인지 만개한 벚꽃을 볼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어렵게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구경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창원시에서는 군항제 행사기간을 연장할지에 대한 논의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사실 고등학교를 이 지역에서 졸업하고 대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단 한 번도 이 시기(3~4월)에 진해를 가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말인즉슨 군항제의 도시에서 태어났지만 군항제를 23년째 못 봤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성향이 있기도 하지만 그 시기에 얼마나 길에 자동차가 많고 복잡한지 차고 넘치게 경험해 봤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살았던 시기와 비교하면 도로나 터널 등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되었지만 군항제 때의 교통체증은 어마어마한 수준이죠. 특히 널리 알려진 인기지역으로 향하는 길에 일단 발을 들이는 순간 빠져나갈 수 없는 늪을 경험하는 수준입니다. 그런 이유로 부모님께서도 이 시기에서는 손사래를 치시며 저희한테 내려오지 말라고 하시죠.




그래서 저는 그나마 가까운 여의도에서 벚꽃축제를 할 때도 가지 않습니다. 꽃구경이 아닌 사람구경을 하기에는 에너지가 넉넉하지 않아서입니다. 그나마 가족 모두 이런 성향은 비슷한 편이라서 다행입니다.


매년 뉴스로만 접하는 군항제를 보면서 조금 아쉽고 서운하기는 하지만 올해도 그냥 우리 동네에 심어져 있는 벚꽃들이 개화하기를 기다렸다가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려고 합니다. 


물론 전 다른 분들이 봄을 즐기는 방식을 존중합니다. 저처럼 차분하게 보내고 싶은 분들이 계신가 하면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에너지를 느끼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어찌 되었든 얼른 벚꽃들이 활짝 펴서 봄이 왔다고 선언해 주면 좋겠습니다. 3월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완연한 봄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날이 많았으니까요.


그런 날이 오면 넣을지 말지 고민하는 패딩이나 두꺼운 옷들도 이제는 옷장에 집어넣을 수 있겠죠.


한 줄 요약 : 멋진 곳으로 꽃구경을 하는 방식도 좋지만 그래도 가장 마음 편한 꽃구경은 내 집 앞 꽃구경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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