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저는 아이들과 함께 자주 유튜브를 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채널을 볼 때도 있지만 주로 둥이들이 보려고 하는 채널들을 볼 때가 많죠. 대화를 더 많이 나눌 수도 있기에 여러모로 도움이 됩니다.
그중에서 세 남자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는 마술입니다. 사실 이 분야에 대한 제 관심은 마술사 이은결이 인기를 끌던 시절인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습니다. 20대 때는 직접 배우러 다닌 적도 있으며 그때 제 스승이시던 함현진 마술사님이 결혼식 사회를 봐주시기도 하셨죠.
마술은 창의력, 순발력, 언변, 사교성 등 뇌를 전천후로 발달하도록 해줍니다. 운전, 글쓰기와 더불어 종합적인 뇌활동이 필요한 활동인 셈이죠.
요즘 둥이들과 가장 자주 보는 채널은 바로 매직 페이커 니키입니다. 예전에 아이들에게 큐브 동영상을 보여준 뒤 3x3x3 큐브를 맞힐 수 있게 실력이 몰라보게 늘어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마술도 영상을 보면서 배우겠다고 말하지 않을까 잠시나마 기대를 했었죠. 영어, 수학 학원에 보내느니 마술을 배우러 다닌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줄 생각도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런 단계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죠.
하지만 매직 페이커 니키에 대한 관심은 삼부자 모두 진심이었습니다. 저는 책까지 챙겨볼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저만 읽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며칠 전 보게 된 니키의 동영상에서 그가 서울 2호선 합정역 근처에서 5월 3일부터 5일까지 공연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건강이가 공연을 보러 가면 안 되겠냐고 묻는 게 아니겠어요. 평소에 뭘 갖고 싶다는 소리를 거의 하지 않는 아이였기에 흘려들을 수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외할머니가 완구점에 데려가서 선물을 사주겠다고 했는데 30cm 자를 골랐을까요.
문제는 그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이 5월 1일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예전 공연은 30초 만에 다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기에 고작 4일 전에 티켓이 남아있을 리 없었죠. 그렇지만 아이에게 안 된다고 말을 하느니 직접 보여주는 편이 낫겠다 싶어서 부랴부랴 찾는 척을 했습니다. 어차피 예매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5월 5일 19시 30분 마지막 공연에 붙어있는 두 자리가 딱 남아있던 거죠. 아이를 달래려고 준비를 하고 있던 차에 너무 놀랐습니다. 이 정도면 둥이들이 이 공연을 볼 운명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그 잠시간에 표가 팔릴까 싶어 부랴부랴 예매를 했습니다. 뜻하지 않게 어린이날 선물이 된 셈이죠.
드디어 공연날이 되었습니다. 어린이날은 제가 야간근무였던 데다 비도 내리 날씨였고 이동해야 할 거리도 짧지 않아서 여러모로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둥이들만 잘 보고 나올 수 있을까 해서 말이죠. 다행히 현장에 도착하니 초등학생 팬들도 꽤 많았다고 합니다.
아내에게 찍은 사진들을 받아보니 저는 공연을 못 본 아쉬움보다는 현장에서 팔고 있던 마술도구들을 하나 사지 못해 정말 아쉬웠습니다. 니키의 영상을 보면서 저도 저 도구가 있으면 마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탐이 났었거든요.
원래 1시간 반으로 예정된 공연은 마지막 공연(일명 막공)이라는 특수성이 있어서였는지 30분이나 더 하고 끝이 났다고 합니다. 둥이들과 통화를 하며 물어봤더니 대! 만! 족!이었다고 합니다.
건강이는 어떤 마술을 했는지 제게 알려주려고 따로 메모까지 해놨더라고요. 상기된 얼굴로 설명해 주는 둥이들의 얼굴을 보니 보여주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자리가 단 두 자리 밖에 없었고 야간근무였기에 갈 수 없었지만 그래도 둥이들이 제게 함께 못 봐서 아쉬웠다고 이야기해 준 점도 참 고마웠습니다. 이 취미활동을 계속 함께 한다면 언젠가는 또 함께 보러 갈 수 있는 날이 있겠죠.
그날이 올 때까지 또 기다려보겠습니다.
한 줄 요약 : 아이와 함께 나눌 수 있는 특별한 취미활동이 있으니 아빠로서 그 또한 큰 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