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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Dec 13. 2024

재수는 절대 안된다고 쌍둥이들에게 선언한 이유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오늘 주요 의대와 서울대를 비롯한 일선 대학들의 수시전형 합격자 발표가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기쁨에 눈물을 흘렸을 테고 누군가는 실의에 빠질 정도로 깊은 슬픔을 느꼈으리라 생각됩니다. 잔인한 날입니다.


저 또한 이번 2025학년도 시험을 치르면서 입시에 대해 많은 지식을 얻었던지라 더 많은 부분들이 보이고 신경이 쓰이더군요. 이번에 제가 수학능력시험을 보고 난 뒤 많은 분들이 놀라워하심과 동시에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하셨습니다. 저도 곰곰이 이유를 생각해 보고 정리를 해봤습니다.


첫 번째는 글감입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수능시험을 단 한 번 봤을 뿐인데 이 주제로 여섯 번째 글을 쓰고 있더라고요. 생각보다 정말 쏠쏠하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이 분야로의 새로운 도전을 고민하고 있어서 위해서입니다.

작년에 자녀교육책을 쓰고 나서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가 뭔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입시 현장은 워낙 복잡해서 아이 스스로 공부해서 도전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죠. 이와 관련된 공부를 제가 지금부터 공부하고 배워둔다면 꼭 직업적인 변화를 꾀하지는 못할지라도 자녀의 입시만큼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 시작이 바로 수능이었죠.


세 번째는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둥이들에게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아이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고 매일 집에서 쉬는 듯해 보이는 등 어른만 되면 장밋빛 미래가 펼쳐져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른은 좋겠다고 말이죠. 그래서 평소 글쓰기, 일기, 필사, 독서, 다른 분야에 대한 공부 등 시간이 있을 때마다 자기 계발을 합니다. 이 수능 시험 도전도 그 일환이라고 보면 됩니다.




마지막 이유가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재수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입시의 세계에서는 이런 말이 유행한다고 하죠.

재필삼선 사심오운

재수는 필수고

삼수는 선택이며

사수는 마음이 시키고

오수는 운명이다

라고 말이죠.

부모들이 보시면 정말 뜨끔할 법한 이야기입니다.


수능시험에서 N수생의 비율은 이제 30%가 기본입니다. 대학이 아닌 학과가 더 중요해지는 세상이 된다고 했는데 의대에 가려고 시험을 몇 번이나 보는 세상이 되었으니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고등학교 3년으로도 모자라 같은 공부를 더 해야 한다니 너무 끔찍합니다.




그리고 재수 이상의 도전은 소중한 시간과 적잖은 심리적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두 번째 도전에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으니 1년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죠. 그러니 이런 도전에 부모가 아무렇지도 않게 동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다가 저희 집은 쌍둥이잖아요.


2023년도 기준 재수생 자료를 찾아보면 그 비용이 정말 무서울 정도입니다. 제 주위에서는 1년에 최소 3천으로 보는 분들이 제법 많았는데 이는 대학교 1년 등록금보다 비싼 수준입니다.




저도 1998년에 수능시험을 봤을 때 재수학원 등록까지 마쳤는데 그날 집에 오자마자 추가합격 전화를 받고 성균관대에 입학하게 된 기억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지옥에서 천당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탄 셈이죠. 이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은 이렇게 반문합니다. 아빠도 재수할 뻔한 적이 있었으면서 왜 우리에게는 안 된다고 못을 박느냐고 말이죠. 그 말만 들으면 제가 되게 비정한 부모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시켜줄 생각입니다. 수능시험에서 기본적인 실력이 비슷하다면 전쟁에서 성패를 가르는 요소는 당일 컨디션과 그 사람의 의지입니다. 실력이 아닌 운의 영역에서 시험결과가 좌우되는 경우가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미 안전한 퇴로가 정해져 있는 전쟁터에 장수를 내보낸다면 장수가 목숨을 걸고 필사적으로 전투를 치를 수 있을까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입시도 전쟁터이기에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어차피 이번에 안 되면 재수하면 되니까"라는 마음이 은연중에 있다면 절실함은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겠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고 실패가 아이를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사실은 언제나 진리입니다. 다만 굳이 실패하지 않아도 되고 실패를 한다면 치명적인 부담이 생기는 분야는 분명히 언제나 있죠.

임진왜란 때의 한산도 대첩이 그러했을 테고 2차 세계대전의 미드웨이 해전도 그러했을 겁니다.




그런 이유에서 아이들에게 재수는 원천적으로 없다고 공언을 한 뒤에 3년의 고등학교 시절 동안 모든 에너지를 쏟아낼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겠다는 마음이 더 강해지게 되었죠.

특히 부모가 함께 수능을 준비하면 러닝메이트 역할도 되어 효과가 좋다는 입시전문가의 말을 듣고 설득력을 얻기도 했고요. 이번에 시험을 치러 보니 아이와 공부에 대해서 소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도 들었습니다.




어쨌든 다시 정리하면

1. 글감도 되고(이미 수능을 주제로 여섯 번째 글을 쓰고 있음)

2.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니까

3. 자녀에게 본보기도 되며

4. 둥이들의 재수를 막는데 기여하기 위해


수능을 보게 되었다는 말씀을 전해 올립니다. 이렇게 정리해 놓으면 다른 사람들을 만났을 때 설명해 드리기는 편할 듯합니다. 그만큼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다는 얘기겠죠? ^^




어찌 되었든 이번 주 이후에는 입시 현장은 바빠질 듯합니다. 수능 성적표도 나왔고 수시전형 발표도 나왔으니 다시 한번 도전한다는 이야기도 각 가정 내에서 나오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좋은 결과를 이루신 분들은 정말로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자신의 꿈을 위해 재도전하겠다고 마음먹은 분들이 계시다면 그 의지가 내년 11월까지 이어져서 뜻하는 결과까지 얻을 수 있기를 지금부터 응원하겠습니다.


그리고 내년 수능은 2025년 11월 13일 목요일입니다!


한 줄 요약 : 내 사전에 재수가 없었듯 아들 사전에도 재수가 없기를..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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