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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Jan 31. 2022

소스(sauce)와의 전쟁

소스라치게 놀라운 소스 이야기

 며칠 전에 아이와 도서관에 갔습니다. 열람실에서 새로운 책을 찬찬히 돌아보던 중 저의 눈길을 강하게 사로잡는 한 권의 책을 발견했습니다. 저를 강렬하게 이끈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전 세계적으로 흩어진 방대한 자료와 지식을 집대성해서 엮어낸 이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책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런 책이 왜 이제야 나왔는지 정말 미스터리 일이었죠.



 그 책의 이름은 바로

 '세계 소스 백과사전'입니다.

설마 이런 책이 정말로 있을 줄이야


 이 책은 제 손에 닿자마자 마치 처음부터 한 몸이었던 것처럼 제게 편안함을 안겨주었습니다. 이서 빛의 속도로 대출 처리되었죠. 제가 너무나도 신나는 표정으로 책의 표지를 가족들에게 보여주었고 모두들 전혀 당황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여줬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는 소스라고 하면 유난스러울 정도의 애착을 가지는 사람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아내마저 제게 회사를 때려치우고 소스를 개발하거나 파는 사람을 해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했으니까요.   

 

 후라이드 치킨보다 양념치킨을 좋아하고 삼겹살보다는 돼지갈비를 좋아하는 식성을 가지게 된 것은 꽤 어렸을 때부터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른이 되어서도 달고, 짜고, 새콤한 자극적인 맛에 대한 욕망 쉽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식당에 가서도 제가 제일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죄송한데 소스 좀 더 주세요"정도니까요.



 향신료인 후추를 구하기 위해 대항해시대가 시작되었듯 음식에 들어가는 향신료는 음식의 맛에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소스(sauce)의 어원은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 'sal'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소금이 어느 정도 들어갔느냐에 따라 음식 맛에서 엄청난 차이가 생긴다는 점에서 향신료나 소스는 소금과 같이 음식에서 꼭 필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재료가 신선하지 않거나 재료 본연의 맛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소스에 집착한다"라고 합니다. 진짜 맛을 모르는 사람이나 소스를 따진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소스 중 하나인 생선가스용 타르타르소스


 그러거나 말거나 저의 소스 사랑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집 냉장고에는 20가지에 가까운 소스가 있었고 다양한 상황에 맞는 소스는 제 식생활에서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 식습관은 항상 시련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어머니께 지속적으로 잔소리를 들었다면 결혼한 뒤로는 아내가 합세하고, 요즘에는 아이들마저 나서서 소스를 많이 먹는 제 식습관을 경고하고 통제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냉장고 한편에 자리를 차지하고 20여 종의 소스


 처음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기 일쑤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가까운 옆사람, 특히 가족이 하는 잔소리는 듣지 않으니까요.

 또 한편으로는 제가 국을 잘 먹지 않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뭐 그렇게 영향이 있겠나 가볍게 여겼습니다. 국물에 나트륨이 제일 많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니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케첩을 비롯한 냉장고 속의 소스에 기재된 영양성분표를 살펴보니 생각보다 많은 나트륨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출처 : 온라인 마켓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위 분들에게 점점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다양한 질환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나트륨 섭취량과 무관하지 않은 들이 잦다는 점은 저를 울적하게 만듭니다. 그 말인즉슨 제게 자극적인 맛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뜻하기 때문이죠.


 인간의 즐거움이 많고도 많지만 먹는 즐거움이라는 것은 절대 포기하기 쉽지 않은 즐거움일진대 그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은 상당히 고역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반백 발로 달려가고 있는 이런 시점에 제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않고 짜게 먹는 것을 조절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중에 더 나쁜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출처 : https://sharehows.com/15977/


 이렇게 안타깝지만 이런 와중에도 저는 냉장고에 있는 소스를 바로 쓰레기통에 집어넣을 용기를 보이지는 못합니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으로 의지를 보이고 족쇄를 만들어 조금씩 짜지 않게 먹겠다는 의지를 다잡아보려 합니다.


 하지만 오늘도 육전을 먹으며 싱겁다고 말했다가 세 사람에게 엄청나게 타박을 듣고 말았네요. 저염식의 길은 멀고 험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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