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때 전동 킥보드를 타고 다녔던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도 사고가 나거나 다친 적은 없었지만 제법 위태로운 상황들이 있었죠. 이 친구는 얼마 뒤 비를 한 번 대차게 맞은 뒤로 배터리가 방전되었고 그다음에는 전기자전거로 갈아타게 되었습니다.
개인형 이동장치, 즉 퍼스널 모빌리티(PM)로 불리는 이 기계들은 기술의 발달로 인해 폭발적으로 시장이 커졌습니다.
개인에게는 편리함을 안겨주었지만 큰 골칫덩이도 던져줬는데요. 바로 안전상의.문제입니다. 특히 공유형 전동 킥보드 업체의 난립으로 인해 꽤 많은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먼저 주차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기본적인 배려심이나 질서 따위에 대한 개념은 없는 황당한 주차를 보고 있으면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 지성인이 맞나 싶을 때가 많습니다. 길을 막아놓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죠.
현재 보·차도가 구분된 도로의 차도와 자전거도로,지하철역 진·출입구, 버스·택시 정류장, 횡단보도 등 총 6개 구역에는 주차가 금지되고 견인되지만 그 실적은 아주 미미합니다.
의외로 차량보다 견인하기가 더 불편하고 어려워서라고 합니다. 게다가 사용자가아닌 업체에게만 과태료를 물리는 상황이니 이런 몰상식한 행동들이 전혀 나아지지 않죠.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안전하게 운전하지 않아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생명을 앗아가는 사고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여고생 두 명이 타고 가던 전동 킥보드가 노부부를 치여서 할머니께서 숨지는 사고까지 있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휴가 나온 군인이 음주상태로 지인과 함께 타고 다니다가 버스와 충돌해 생명을 잃기도 했죠. 심지어 안전모를 착용하고 탑승했음에도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문제가 많이 생기니 언젠가부터 킥라니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킥라니는 킥보드 + 고라니의 합성어로 고라니처럼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킥보드 운전자들을 통칭하는 표현입니다.
역주행을 당당하게 하는 킥라니
전동 킥보드와 관련된 사건사고는 이미 차고 넘칩니다. 단순히 일반인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못마땅함의 수준을 이미 넘어섰죠. 그럼에도 적극적인 행정이나 단속, 제도적인 보완은 국민들의 눈높이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 보입니다.
이미 서울만 해도 4만 대나 되는 공유 전동 킥보드가 있다고 있으니까요. 다른 제한사항은 차치해도 두 명씩 타거나 학생들이 타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아찔합니다. 개인의 양심에만 맡겨서 개선할 수 있는 수준은 진작 넘어섰죠. 혼자 타다가 다치면 자신이감당하면 되지만 그동안 났던사고들을 보면 다른 피해자들이 생기기 때문이죠.
도로교통법이 개정되어 적용되었지만 처벌은 정말 예방효과가 전혀 없어 보일 정도로솜방망이 수준입니다. 2인 이상 탑승에 대한 범칙금이 4만 원이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이 이런 위험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19세 이하 청소년의 개인형 이동장치(PM) 사고 건수는
ㅇ 2018년 25건
ㅇ 2019년 59건
ㅇ 2020년 209건
ㅇ 2021년 628건
ㅇ 2022년 1096건으로 늘었으며
10대 청소년의 무면허로 PM 주행 적발 사례도
ㅇ 2021년 3482건
ㅇ 2022년 1만 2354건으로 3배 이상 늘었습니다.
다행히도 얼마 전 대구에서는 시범적으로 공유 킥보드의 최대 속도를 25km에서 20km로 줄인 뒤 사고 감소 효과를 봤다고 합니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처럼 고민을 하면 충분히 좋은 해결책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탁상공론으로 대책이 늦어져서 선량한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PM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에게 과태료뿐만 아니라 벌점을 매기는 제도를 법으로 만들면 충분히 도움이 될 법도 한데 이런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는 걸까요? 안타깝게 국회에서 이 법안도 계류 중이지만 운전면허증 없이도 킥보드를 손쉽게 빌릴 수 있도록 허술하게 시스템을 만들어놓은 업체들에게도 철퇴가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