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오늘은 바로 천 번째 글을 올리는 날입니다. 처음에 <파이브 포인츠>에 올리려고 했던 내용을 정리하면서 업로드를 했을 때를 빼고는 하루에 1번씩만 글을 올린 지 2년 반 정도만에 방구석에서 조그만 노트북과 휴대폰으로 이뤄낸 쾌거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기념한다는 의미에 조금씩 무뎌지기는 했으니까요.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는 천 번째 글을 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단지 브런치북 공모전만 신청하겠다는 마음으로 작가 신청을 했을 뿐이었으니까요.
제대로 퇴고를 하지도 못했던 부족한 글로 접수했던 공모전에서는 광속으로 탈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생겼죠. 제가 남겨놓은 글들이 다른 분들을 통해서 피드백을 받기도 했고 또 소통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재미를 붙이게 되었습니다. 우여곡절도 많이 겪으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데 참 세월이 빠르다는 생각도 듭니다.
언젠가부터는 글 쓰는 일이 재미있다는 단계는 끝나기 시작했습니다. 전문 작가도 아닌데 이렇게 느끼게 된 이유는 바로 매일 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죠. 글을 쓸 때 우리를 가장 괴롭게 만드는 "뭘 써야 하나?"라는 질문을 저 역시도 언제나 해왔고 시간에 쫓기는 경험 또한 수도 없이 겪었습니다. 출장, 여행 같은 일정은 물론 코로나에 걸렸을 때도 1일 1글을 놓치지 않았으니 정말 지독하기는 했습니다. 누가 채근하지 않아도 제 스스로가 저를 매우 채찍질해 왔던 셈입니다.
가족들 또한 처음에는 응원해 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큰둥해지기도 했죠. 충분히 이해는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글감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던 시기는 꾸역꾸역 쓰다 보니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시간에 쫓길 때도 미리 일정을 파악한 뒤 음식을 미리 만들어 놓고 소분해 놓듯 글을 언제 어떤 내용을 올릴지에 대한 계획을 세워서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쌓아 올린 글들이 이제 천 번째를 맞았습니다. 100일 전 900번째 글을 올리면서 밝혔던 소회와 비교하면 기분이 남다르기는 합니다. 가족들에게 이야기하니 의미 있는 날이라면서 축하를 해주지만 저는 솔직히 커다란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감정이 메말라서가 아니라 저는 앞으로 계속 써나갈 예정이기도 하고 천 번이 제 글쓰기의 최종 목표는 아니어서 그렇습니다. 일기도 23년째 쓰고 있는데 그에 비하면 글쓰기는 고작 3년 남짓 했을 뿐이니까요. 물론 2,000번째 글이라면 조금 더 기뻐할지도 모르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영민하고 민첩했던 젊은 시절의 저는 이제 사라졌습니다. 중년을 넘어 장년으로 가고 있는 아저씨가 한 명 있을 뿐이죠. 서글프게 생각하지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의미 있는 새로운 발자취를 남기기 위해서 노력하려고 합니다. 글쓰기 정도면 그 흔적을 남기기 위한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 있겠죠.
남이 인정해 주는 가치도 물론 의미 있겠지만 제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충분한 가치가 있을 테니 계속 묵묵하게 앞으로도 써나가겠습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제 도전이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모두 읽어주시고 눌러주시며 써주시는 분들의 덕분입니다. 늘 감사했고 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