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저희 가족이 처음으로 올림픽 경기 결승전을 생방송으로 본 날이었습니다. 바로 여자 배드민턴 단식 결승이었는데요. 이 경기에서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간판인 세계 랭킹 1위인 안세영 선수가 중국 선수를 세트스코어 2 대 0으로 이겨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배드민턴 여제가 되어 안세영의 시대를 연 셈이죠.
올림픽 예선부터 결승전까지 경기장에서 보여준 그녀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과 세리머니는 마치 용맹한 전사와도 같았고 정말 멋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감동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죠. 바로 금메달을 딴 뒤 진행된 인터뷰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와의 깊은 갈등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한테 많이 실망했다.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하고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야기를 잘해봐야겠지만 많은 실망을 했다. 나중에 자세하게 또 설명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말이죠.
완벽한 방패처럼 느껴졌던 경기력이 제대로 점프해서 스매싱조차 하기 힘든 상태의 무릎 부상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작년에만 열아홉 번이나 되는 국제 대회에 차출되어 혹사를 당했으니 그녀의 분노와 설움은 오죽했을까 싶습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 중에서 이런 잔칫날에 재를 뿌리는 소리를 할 수 있냐면서 볼멘소리를 했다고 합니다. 과연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금메달을 딴 순간이 아니었다면 안세영 선수가 이런 이야기나 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 은메달 밖에 따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소통이 가능했다면 이런 방식을 쓰지도 않았겠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무릎이 부서져라 따려고 했던 이유는 자신의 영광도 있겠지만 이런 억울함과 불합리한 운영에 대한 문제점을 전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야 한 사람이라도 더 관심을 가져줄 테니까요.
여러 기사를 통해 배드민턴협회의 무능함에 대한 민낯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어서 이 폭로는 힘을 얻는 모양새입니다. 다만 안세영 선수는 자신의 말이 불필요하게 와전되기를 원치 않는지 SNS를 통해서도 입장을 밝혔습니다.
원만하게 해결되면 좋겠지만 하루 이틀 동안 쌓인 앙금이 아니기에 과연 쉽게 풀릴 수 있을지 걱정스럽습니다. 무능한 협회의 안일한 대처와 뻔뻔하고 고압적인 관계자들의 태도가 28년 만에 나온 여자 단식 배드민턴 여제의 꿈과 우리나라 국민들의 희망을 무참히 꺾지는 않을지 걱정되어서입니다.
이런 우려는 아무래도 대한축구협회가 걸어온 모습 때문이겠죠. 밀실행정을 통한 국가대표 감독 선임 논란에 대해 홍명보 감독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하며 정몽규 회장은 기괴한 자서전에서 자화자찬으로 일관하며 '나는 모르쇠'로 버티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냄비 같은 국민성이니 지금은 잠시 시끄럽지만 금방 까먹고 잠잠해질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런 반면에 이번 올림픽에서만 다섯 개의 금메달을 모두 석권한 대한양궁협회의 정의선 회장의 행보는 앞에서 언급한 협회들과 대조가 됩니다. 개인용 슈팅 로봇 개발을 비롯해 선수들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은 물론 자신이 앞에 나서지 않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는 겸손함은 당연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음에도 눈길을 끌 수밖에 없습니다.
일전에 언급한 펜싱, 사격협회 또한 공정한 방식으로 운영하며 물심양면으로 조력해 줬다는 점에서 스포츠 협회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줬습니다. 뒷짐이나 지고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의 제대로 지원해 주기는 커녕 선수들에게 업혀 호가호위하며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참 멋진 모습입니다.
원칙적으로 정치는 스포츠와 분리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취지를 이용해 자신의 잇속만 챙기는 부패하고 무능력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보여서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불러일으킵니다.
개인이 단체라는 곳에 대한 전횡에 대해서 폭로하는 일은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 치는 일과 다름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안세영 선수의 용기를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세계 최고 스포츠 스타라는 엄청난 영광을 얻었으니 달콤한 과실만 누리려고 한다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 용감한 행동을 치기 어린 젊은 선수의 일탈로 치부하지 말고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치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한 줄 요약 : 좋은 게 좋은 건 없습니다. 금메달에 기뻐했던 만큼 이번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