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스토리의 전체 글을 시간이 날 때마다 자주 훑어보는 편이라 요즘 어떤 키워드가 인기가 있는지 제법 많이 아는 편입니다.
최근 가장 많이 언급되는 주제를 꼽으라면 단연 <흑백 요리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재밌게 봤기에 조만간 다루겠지만 요즘 이와 관련된 글이 어마어마하게올라옵니다. 그런데 이 주제를 맹추격하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브런치 팝업스토어에 대한 콘텐츠들이었습니다.
사실 팝업스토어는 고객의 반응을 살피면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인지도를 높일뿐더러 동시에 고객들의 지갑도 노리는 일명 여러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의도를 가진 마케팅 방식입니다. 팝업스토어의 성지가 된 성수역 근처는 하도 많은 임시 매장이 열렸다가 닫히는 데다 아예 어떤 매장들이 들어오는지 알려주는 달력까지 만드는 사이트까지 있을 정도니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처음 공지를 통해 브런치스토리에서 팝업스토어를 오픈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들었던 반응은 이랬습니다.
"읭?"
"왜?"
이런 이벤트를 해야 할 이유를 제 개인적으로는 찾을 수가 없어서였습니다. 그래도 가까우니 한 번은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예약을 했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면 이유를 알 수 있을 테니까요. 30분 단위로 운영되고 있는데 평일이라서 예약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10월 9일에는 예약이 모두 차있어서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아 보였습니다.
성수역 근처의 한 건물에 커다랗지만 심플하게 만들어놓은 간판을 보니 흰색과 검은색만으로 표현한 브런치 마크의 이미지를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입구에서 안내를 해주시는 분께서는 두 가지만 물어보시더군요.
1. 예약하셨나요?
2. 브런치 작가이신가요?
브런치 작가는 현장에서 즉석으로 사진을 찍어서 작가 카드를 만들어줍니다. 지금은 딱히 쓸 데가 없지만 어디선가 이 카드로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으려나요? 건강이가 이 사진을 보더니 대뜸 이렇게 물어봅니다.
"이거 실제 카드로 쓸 수 있어요?"
"아니"
"그러면 그냥 겉멋용이네요."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더군요.
그동안의 브런치스토리가 남겨온 발자취에 대해 전시해 놓는 행사였습니다. 작가의 여정이라는 주제를 잘 살려서 다양한 콘텐츠를 전시하려고 애를 쓴 흔적들이 군데군데 보이더군요.
다른 코너보다 가장 제 눈길을 끌었던 부스는 바로 '글감 캘린더'였습니다. 글을 쓰기 어려워하시는 분들의 공통적인 하소연이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인데 그 고민을 해소해 줄 수 있어 보였죠. 저는 딱히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곧 글을 쓰기 시작할 둥이들에게는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사진을 냉큼 찍어뒀습니다.
의외였던 사실은 평일이었음에도 꽤 많은 인원들이 매장을 방문했다는 점인데요. 총 네 개의 블록으로 나눠진 공간에 못해도 서른 명 이상의 방문객들이 있었던 듯합니다. 이 안에 브런치 작가가 얼마나 계셨는지는 알 수 없지지만 행여나 필명을 아는 분을 만날 수도 있으니 계속 두리번거려 봤습니다. 아쉽게도 그런 행운은 누리지 못했죠.
팝업스토어를 구경 다닐 때는 시도 때도 없이 열리는 지갑을 지킬 수 있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 이곳에서는 무언가를 따로 팔지 않아서 특이했습니다. 굿즈가 있으면 기념 삼아 하나 정도 사려고 했었거든요.
이곳에서는 오히려 이벤트를 통해서 소소한 선물을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태그를 해서 게시물을 올리면 마우스패드와 펜을 준다고 해서 잽싸게 올렸죠.
팝업스토어에 대한 이야기를 온라인에서만 접하다가 처음 가봤는데 나름대로 흥미로웠습니다.
구경을 하고 나오면서 한 가지 장점과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장점은 어마어마한 임대료를 감당하면서 이런 행사를 열 수 있을 정도인 걸 보니 '브런치스토리가 아직은 잘 굴러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입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성수동 연무장길의 160㎡ 정도 팝업의 하루 대관료는 300만 원대, 330㎡ 정도는 1천만 원대에 이릅니다. 제가 갔던 공간은 대략 40평 정도로 되어 보였으니 이 행사를 치르는데 제법 비용이 들어갔을 듯해 보이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렇게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닫는 임시 매장들로 인해서 폐기물도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유행에 발맞추겠다는 의도도 좋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브런치스토리 팝업스토어도 결국 행사가 끝나면 많은 사람들에게 글쓰기에 대한 여운과 함께 철거된 폐기물을 남길 테니까요.
한 줄 요약 : 맛으로 치면 심심한 맛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한 번 가보셔요. 그 또한 소중한 추억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