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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Feb 18. 2022

주제 글쓰기와의 전쟁

거 글쓰기 딱 좋은 날씨네

 봄방학을 대비하여 저는 아이들과 다섯 가지의 특별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 다섯 가지는 바로 필사, 교과서 읽기, 교과서 단어정리, 한자 쓰기 그리고 마지막이 주제 글쓰기입니다.


 

  중 주제 글쓰기의 방식은 복잡해보이지만 의외로 간단합니다. 포스트잇이나 작은 종이에 다양한 단어를 적습니다.

 예를 들어서 선생님, tv, 스마트폰, 여행 등 아이들이 원하는 단어를 마구마구 적게 합니다. 그런 다음 고사리손으로 반으로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접어서 아무 상자에 집어넣습니다. 그런 다음 아이들에게 각자 두 개 정도를 뽑으라고 하는 거죠.



 인형과 여행이 나왔다면 그중에서 아이가 원하는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게 만듭니다. 학년과 글쓰기 내공에 따라 분량과 방식은 자율적으로 정하시면 되겠죠. 그 주제를 가지고 써도 될 것이고 그 단어만 들어가도 됩니다. 쓴다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대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님께서 같이 하면 효과는 10배 이상 나타날 것이라는 겁니다.

꾸준히 하기에 따라 더 효과가 날 수도 있을 겁니다. 아이들도 함께 하자고 하니 놀이처럼 즐겁게 합니다. 그래서 저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핸디캡을 가지고 함께 했습니다. 아이들이 정한 규칙은 이렇습니다. 제게는 세 개의 단어를 뽑아서 그 단어가 모두 들어가는 글을 적으라고 하더군요.


 제가 뽑은 단어는 텔레비전과 물고기와 배. 세 가지입니다.





제목 : 다시 하고 싶지 않은 배낚시


 나는 멀미가 심한 편이다. 그네만 타도 멀미를 하고 내가 운전하면서조차도 멀미를 느낄 때도 있을 정도니 더 말할 것도 없다. 멀미가 생기는 원인을 고칠 수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런 와중에도 내 멀미가 야속할 때가 가끔씩은 존재하는데 바로 낚시 때문이다.

 처음으로 낚싯대를 가지고 낚시라는 것을 해본 것은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도에 갔을 때였다. 큰 유람선을 타고 했던 낚시였다. 만원을 내고 낚싯대와 미끼를 받은 뒤 각자 배에서 자리를 잡고 낚싯대에 눈먼 고기가 물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큰소리를 치며 호기롭게 시작했다. 설마 한 마리도 못 잡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참담했다. 남자 셋이서 물고기 한 마리를 잡지 못한 것이다. 옆 구역에 자리 잡았던 러시아 남녀 커플들 마저도 다섯 마리 이상 잡으며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은 아빠로서 더욱 민망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를 더 힘들게 만든 것은 바로 뱃멀미였다. 차를 타는 멀미와는 다른 차원이었다. 아이들에게 티를 내지는 못했지만 그 큰 배가 바다 위에 정박해서 출렁거리는 것은 멀미가 심한 내게 참으로 고역이었다. 아이들은 그때의 추억을 고기 한 마리도 못 잡은 속상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서 안타까운 노릇이다.


 그 뒤로 다행히 배낚시를 할 일은 없었다. 그렇지만 가끔씩 텔레비전에서 [도시어부]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너무나도 편하게 배를 타고 손쉽게 물고기를 잡아내는 모습에 속이 쓰리다. 그때의 아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텔레비전에서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계속 배낚시를 하러 가서 그때의 설욕을 하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뱃멀미의 기억은 겪어본 사람만이 아는 것. 다른 것이라면 몰라도 난 계속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외면하지 않을까 싶다.  


출처 : 지마켓


생각보다 아이들이 즐겁게 의욕적으로 할뿐더러 어른도 재미 삼아하기에 괜찮습니다. 신춘문예에 출품할 것도 아닌데 뭐 어때요. 강력하게 추천드려요.


#글쓰기 #주제글쓰기 #아이와함께 #한자 #단어정리 #교과서읽기 #낚시 #멀미 #도시어부 #강력추천

#이번생엔낚시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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