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저는 작년에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학부모님을 대상으로 한 자녀교육책을 출간했습니다. 그동안 겪었던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를 나누고 싶어서였죠.
2학년 때부터 쓰기 시작했던 이야기는 둥이들이 6학년이 되어서야 마무리되었으니 참으로 긴 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둥이들이 막상 중학생이 되니 또 새로운 상황들이 많이 생깁니다. 보통은 사춘기로 인한 갈등을 많이 토로하시는데 저희 집은 생각지도 않은 문제가 생겨서 아이에게 많이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두 녀석 모두에게 말이죠.
첫째인 행복이 사건은 영재반 시험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행복이는 최근 서울시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영재 교육원의 과학 분야에 지원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내년 대상자를 선발하는 시험을 지난 12월 7일에 치렀는데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아이가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을 때는 지나가는 말로 긍정적으로 답해줬습니다. 아무래도 초등학교 시절에는 부모가 거의 억지로 아이들을 밀어 넣어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의지가 가볍지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중학생이 되고 나니 물어본 적도 없는데 먼저 해보고 싶다고 말하길래 대견하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접수 신청서를 접수하고 응시료를 내는 일부터 해서 수험표를 뽑는 과정까지는 부모가 알아서 좀 신경을 써야 하는데 아이가 해달라고 이야기를 계속하게 만들고 말았죠. 아이가 말을 꺼낸 뒤에야 "아, 맞다. 알았어. 오늘 해줄게" 이 말을 두세 번이나 하고 말았죠.
어쨌거나 여의도까지 가서 무사히 시험을 치르기는 했는데 왠지 미안했습니다. 영재원을 다녀본 적이 있는데 실질적인 효과가 크게 없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제가 신경 쓰려면 힘들어진다는 마음이 있어서 그랬던 모양입니다. 그런 이유였다고 해도 바람직하지는 않았죠.
둘째인 건강이에게도 사건이 있었습니다.
건강이는 좀 더 꼼꼼하고 계획적이며 철저한 편입니다. 장단점이라기보다는 성격의 차이인데 이러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죠.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얼굴 전체에 빨간 아토피 열꽃으로 가득 차 있더군요. 원래 쌍둥이임에도 혼자 아토피가 심한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학교를 보내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루는 결석할 수밖에 없었죠.
얼마 뒤 비슷한 상황이 또 일어났습니다. 그때는 지난번보다는 심하지 않아 그냥 학교를 보내고 오후에 피부과를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중대한 제보를 받았습니다. 제보자의 안전을 위해 신상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그 제보자에 의하면 건강이가 밤 11시쯤 방에 불을 끄고 아빠가 나가면 슬그머니 일어나서 일기를 쓰거나 밀린 숙제를 한다고 말이죠. 당사자에게 확인을 하니 11시 20분쯤 아빠가 방으로 들어간 걸 확인한 뒤 일어나서 스탠드로 불을 켜서 일기나 숙제를 해온 적이 몇 번이나 된다고 양심고백을 했습니다. 이렇게 잠이 부족하니 컨디션도 나빠지고 피부가 엉망이 될 수밖에 없었죠.
숨어서 게임을 했으면 아주 혼구녕을 낼 텐데 상황이 이러니 화를 내기도 애매했습니다. 하지만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도 아니었죠. 고작 중학교 1학년이 잠까지 줄여가면서 자신의 일을 한다는 건 문제가 있으니까요. 그 결과로 인해 건강에 문제가 발생했으니 더욱 그러했습니다.
10여 분동 안 차분하게 타이른 끝에 아이를 납득시키고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았습니다.
42.195km 중에서 반환점까지도 오지 못한 아이가 무슨 조바심이 그리 크게 들어서 그랬는지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누가 보면 공부하라고 뒤에서 채찍질하면서 닦달한다고 생각할까 봐 그 부분도 걱정스럽더군요. 저도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었기에 조심하는 편인데 굳이 하는 잔소리라면 '잘 치워라, 계획표를 만들어서 해라, 책은 꼭 읽어라'인데 말이죠.
둥이들은 중학생이 되니 계획표도 스스로 작성하고 그 계획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는 모습이 조금씩 눈에 보입니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 반년 정도 걸린 듯합니다. 쉽지 않은 시간이었죠. 스스로 무언가를 하려는 모습은 정말 부모 입장에서는 뿌듯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그 반면에 부작용도 있습니다. 건강이와 같은 경우처럼 지나친 의욕이나 욕심을 보이는 경우는 또 브레이크를 걸어줘야 한다는 점이죠. 어쨌든 이 두 사례를 통해서 제 교육방식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아이들의 이야기도 자주 들으면서 소통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만들어지는 작품은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