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노예계약으로 묶여있는 스마트 워치가 있습니다. 재작년에 새롭게 휴대폰을 개통하는 과정에서 대리점 점주님의 수려한 화술에 낚인 결과물이죠.
처음에는 짐처럼 느꼈습니다. 저는 예물로 받은 시계도 귀찮아서 잘 차고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이 워치가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평소 시계를 차지 않았으니 휴대폰 쳐다보는 빈도 정도는 줄일 수 있겠다 싶었죠.
그러다가 6월부터 제 몸무게가 야금야금 제 심리적 방어선을 돌파하고상한가를 치려는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제 몸무게의 마지노선은 67kg이었죠.
운동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덩달아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이기 시작한 것이 바로 스마트 워치였습니다. 이 요상한 물건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 가능하지만 제일 큰 용도가 쓰이는 것이 만보기였습니다.
일단 다른 운동은 천천히 하더라도
일단은 걷자!
로 일차적인 목표를 정했습니다. 하루에 목표 걸음수는 7,000보로 설정을 해두고 워치를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며칠 동안은 굉장히 열심히 해나갔습니다. 사무실에서 현장에 나가면 어쩔 수 없이 걷는 경우도 있었고 저녁에도 산책을 나가면서 실적을 관리하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런데 위기의 순간들은 언제나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저녁 7시가 되었음에도 3,000 보도 채우지 못한 이런 상황들이 말이죠.
오후 7시인데 목표치인 7,000걸음보다 훨씬 부족한 상황
4,000보를 오밤중에 어떻게 다 채운단 말이냐!!!
이런 날에는 얼른 산책을 나가서 평소보다 훨씬 더 걷기도 하고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은날에는 집에서 제자리 걷기라도 해서 기어코 실적을 채우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은 제가 집에서 제자리 걷기를 하고 있으면 이렇게 말합니다. "아빠, 오늘 혹시 걸음수 못 채웠어요?"
그러면서 아이들이 또 진지하게 조언을 해줍니다. 자기한테 워치를 주면 마구 흔들어서 걸음수를 채워주겠노라고. 살짝 흔들리지만 곧바로 마음을 다잡고 아이들에게
엄(숙)
근(엄)
진(지)
하게 그런 방법은 쓰지 않겠다고 천명합니다.
그런 꼼수로 실적을 채운다는 것은 아이들의 교육에도 좋지 않고 저의 허접한 자존심 상으로도 결코 허용할 수 없습니다. 오밤중에 나가서 주차장을 돌면서까지 7,000보 실적을 이리저리 채워가다 보니 목표를 두 달 넘게 달성해오고 있네요.
아직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다행히도 현재까지는 위로 올라가려는 몸무게의 파상공세를 잘 버텨내고 있습니다.
따로 운동을 하진 않았으니
어거지로 하는 7,000보가 되었는지
매일 머리를 쥐어짜며 하고 있는 글쓰기가 칼로리 소비로 이어졌는지까지는모르겠지만요.
현재의 내 몸무게, 쿨하게 공개합니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추석 연휴가 되면서부터 다시 활동량은 적어지고 먹는 양은 늘어날 테니 또 한 번의 위기가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소한의 활동량을 유지하면서 몸무게도 유지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