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르세우스 Mar 11. 2022

캠핑카와의 전쟁

하기 싫었지만 안 할 수가 없는 운명

 오늘부터 2박 3일간 저희 집 남자 세 명은 위대한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 달 전에 글램핑을 다녀온 뒤에 캠핑과는 당분간 담을 쌓겠노라고 다짐했는데 저라는 인간은 역시 미련하기 짝이 없는 망각의 동물인가 봅니다. 고새를 못 참고 또 한 번의 캠핑에 도전합니다.


https://brunch.co.kr/@wonjue/123




 이번에는 조금 더 레벨을 올려 캠핑카입니다. 갑자기 왜 캠핑카에 꽂혔는지는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가끔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잖습니까..

"그때 내가 왜 그랬지?"라고 말이죠.

다만 캠핑카 예약을 마친 뒤 아이들에게 알렸을 때 그 표정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제게 언제 가느냐, 어디로 가느냐, 캠핑카에서 자는 거냐 등등 빛이 쏟아지는 눈으로 질문을 쏟아내는 아이들을 보니 잘했다 싶긴 했습니다.



 그러나 점점 예약일이 다가오면서 심리적인 부담은 커졌습니다. 잠도 잘 안 왔습니다. 아이 엄마까지 포함된 글램핑에서도 갖은 고초를 겪었거늘 이번에는 제가 혼자 인솔해서 가게 되었으니 상황은 더 좋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고로 는 일을 해야 하는 데다 지난 달 글램핑을 다녀온 뒤 몸져눕기 일보직전이었기에 캠핑카 여행을 같이 가자는 소리를 차마 할 수 없었죠.



 어차피 낙장불입이고 외통수이며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여기서 취소했을 때 아이들의 실망을 감당해내느니 캠핑장이 훨씬 낫겠다 싶기도 합니다.

빠져나갈 길 없는 외통수 (출처  : 위키백과)


 D-day는 결국 오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간 뒤 아침부터 바쁩니다. 아이들의 짐은 스스로 챙겨놓았습니다. 일단 책과 일기는 필수입니다. 어딜 가더라도 책과 일기를 놓지 않는 제 습관을 아이들에게도 들여주기 위해서죠.


일단 짐을 싸고 마트에서 장도 본 뒤에 캠핑카를 찾으러 차고지로 갔습니다. 제가 2박 3일간 임대한 캠핑카는 스타렉스를 개조한 모델입니다. 직원이 열심히 설명은 해주는데 제가 제대로 알아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캠핑카의 위용


 차를 가지고 오는 길에 기름도 모자라서 후다닥 근처 주유소로 갑니다. 여담이지만 오늘 기름이 서울 기준으로 휘발유, 경유 가격이 모두 2,000원이 넘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습니다. 10만 원어치를 넣었지만 기름이 가득 차질 않아서 일단 놀랍니다.

이게 다 푸틴 때문인거죠?


 집에 도착해서 미리 싸놓은 짐을 쑤셔 넣고 강원도 양양을 향해 출발합니다. 아이들의 기분은 하늘 위로 치솟아있지만 저는 이미 녹초가 되어 있었지요. 운전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좀 되긴 합니다.

우격다짐으로 쑤셔넣은 짐들..



2시간이 조금 넘는 운전 끝에 베이스캠프인 캠핑장에 도착합니다. 부지런히 짐을 풀고 어닝과 지붕 텐트도 설치해봅니다. 열심히 하고 있지만 제대로 뭔가 정리되는 느낌이 아닙니다. 미궁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랄까요..

 정리에 민감한 제 성격에 이 상황은 매우 불편하지만 이젠 모르겠습니다. 빨리 자리를 깔고 눕고 싶네요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짐들



 이미 어둑어둑해진 강원도는 아직 꽤 춥습니다.

일단 큰 문제없이 마무리했지만 가장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강원도에 내려진 건조주의보 때문에 장작이 금지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불멍을 하지 못해서 아이들이 속상해하지만 이해해야죠.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 비하면 티끌만큼도 내세울 것이 못되니까요.

 


2편으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wonjue/165



#캠핑 #캠핑카 #캠버 #강원도양양 #불멍 #고인돌캠핑장 #녹초 #번아웃 #집이최고야 #생색 #이불밖은위험해

작가의 이전글 공기와의 전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