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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머리는 엄마 탓? 유전자보다 공부에 중요한 이것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예전부터 아이와 관련된 이유로 부부 싸움이 일어나면 제법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쟤는 누구 닮아서 저래?"입니다. 부모로서 무책임한 말이기는 하죠. 하지만 가끔 '나는 분명히 저러지 않았는데 도대체 내 아이는 왜 이럴까?'라는 생각이 들면 배우자가 어린 시절 그렇지 않았는지 의심스러워질 때가 있기도 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행동이나 성격, 습관 등 많은 주제들이 도마에 올려 다뤄지는데 그중에서 요즘 부쩍 언급되는 한 가지 주제가 바로 '머리(두뇌)'입니다.


"내 아들은 누구 머리를 닮았을까?"


특히 우리 아이들처럼 중학생이 되면서 성적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는 시기가 되면 더 빈번히 언급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들에 한해서는 답은 이미 정해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들 머리는 엄마를 닮는다고 말이죠. 정말 아들의 지능은 엄마에게만 달려 있는 걸까요?




이런 이야기는 단순한 속설은 아닙니다.

1996년 호주 헌터 유전학 연구소의 연구에서도 "지능 유전자는 여성의 X 염색체에 있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라며 "아들은 X 염색체를 엄마에게서만 받기 때문에 아들의 머리는 엄마에게 달렸다"라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치매를 비롯한 뇌 연구 권위자로 알려진 서유헌 교수 또한 인터뷰에서 "여성의 X 염색체에 지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유전자가 있기 때문에 엄마가 아들에게 지능을 고스란히 물려준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최근 입시전문가들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하기 시작했죠. 유웨이 학력평가연구소의 이만기 소장은 한 온라인 영상에서 "아들의 지능은 99.9% 엄마를 닮는다"라고 단호하게 주장하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1타 수학강사로 티처스에도 출연하고 있는 정승제 선생님도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공부 유전자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나왔다. X 염색체 안에 들어 있다는 사실이 나타났다"라며 "모든 아들은 엄마의 공부 머리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주장의 과학적 근거는 지능과 관련된 유전자가 X 염색체에 위치하기 때문입니다. 여성은 XX, 남성은 XY의 성염색체를 가지고 있죠. 따라서 아들은 어머니로부터만 X 염색체를 받게 되고, 이 때문에 지능 유전자도 어머니 쪽만 받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반면 딸은 아버지와 어머니 양쪽으로부터 X 염색체를 받으므로 부모 양쪽의 지능을 고루 물려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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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지능이라는 요소 자체가 매우 복합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주장들이 아직 과학적으로 완벽할 정도로 입증되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실제 연구 결과들을 보면 이야기는 훨씬 복잡합니다. 지능은 약 40~60% 정도만 유전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머지 영역은 환경적 요인, 즉 교육, 경험, 자극 등으로 좌우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더욱이 최근 연구들에서는 지능과 관련된 유전자가 X 염색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염색체에 분산되어 있다는 결과들도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오히려 "아버지 쪽의 정자 활동성이 지능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라는 상반된 주장도 제기됩니다.


실제로 주변 사례들에도 이런 상관관계가 딱 들어맞지 않는 경우들이 제법 있습니다. 어머니는 평범한 학력인데 아들들이 모두 의대에 간 경우도 있고, 반대로 어머니가 높은 학력임에도 자녀가 그렇지 못한 경우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결국 유전만큼 중요한 요소는 노력과 환경입니다. 어머니가 아무리 똑똑해도 아이에게 적절한 자극과 교육을 제공하지 않으면 그 잠재력이 발휘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유전적으로 특별하지 않더라도 꾸준한 노력과 좋은 환경을 통해 충분히 뛰어난 성취를 이룰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태어난 후의 다양한 경험과 자극이 두뇌 발달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라고 강조합니다. 경험, 독서, 여행, 애착 등이 아이의 지적 능력 발달에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입니다.


일각에서는 "아이의 성적은 머리보다 엄마아빠의 지적, 교양 수준을 따라간다"라는 의견이 있었는데, 이것이 오히려 핵심을 짚은 말일 수 있습니다. 유전적 지능보다는 가정에서의 지적 분위기와 교육에 대한 관심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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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쌍둥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끼는 점도 이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쌍둥이임에도 두 아이의 성향과 능력의 차이를 크게 느끼니까요. 유전의 영향도 있겠지만 각자의 관심사와 노력, 그리고 우리 부모가 어떻게 각각의 특성을 인정하고 지원해 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는 편이 옳아 보입니다.


"엄마가 머리가 나빠서 아이가 공부를 못한다"라고 생각하며 자책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궁금한 것을 찾아보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려는 노력이 어떤 유전자보다도 강력한 영향을 미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자신감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려는 일입니다. "넌 엄마 머리를 닮아서 공부를 못해"라는 식의 부정적인 메시지보다는 "노력하면 충분히 할 수 있어"라는 격려가 아이의 실제 성취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칠 테니까요.




결국 "아들 머리는 엄마를 닮는다"라는 말은 과학적으로 완전히 증명된 법칙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가설에 가깝습니다. 설령 유전적 영향이 있다고 해도,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아이에게 제공하는 사랑과 관심, 다양한 경험과 자극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유전자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어떻게 키우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한 줄 요약 : 아이의 미래는 엄마의 머리가 아니라 부모가 만들어주는 환경에 더 좌우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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