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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Mar 13. 2022

캠핑카와의 전쟁 3탄

갔노라, 버텼노라, 돌아왔노라

 2탄에서 계속

https://brunch.co.kr/@wonjue/165


 3탄을 기다리는 분이 감사하게도 계셔서 짧게(?) 몇 자 적고 마무리하겠습니다.


 토요일 저녁 최후의 만찬을 잘 마무리하고 설거지를 하려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합니다. 아직 가랑비 수준이라 크게 문제 될 정도는 아닙니다.



 여기저기 흩어진 짐도 최대한 어닝 텐트 안으로 모아 두고 이삿짐처럼 다 정리를 해서 쌓아놓았습니다. 차에다가 짐을 모두 넣기에는 좀 모자라기 때문이죠. 의자를 눕히면 사람 자기도 비좁거든요.

어닝텐트


 12시가 다 되어서야 잠을 청하는데 텐트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참 을씨년스럽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전기 때문입니다.


 캠핑카를 온전하게 쓰려면 캠핑장에 설치된 콘센트를 연결해야 합니다. 히터나 냉장고, 인덕션 때문이죠.

 비가 오니 전선들이 밖에 덩그러니 비를 맞고 있는 상황이었고 그게 은근히 신경이 쓰인 겁니다. 전기로 밥 벌어먹고 살지만 크게 도움이 안 됩니다.

 제가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일명 '범불안장애'라는 것이 이런 상황에서 또 한 번 증명됩니다.

캠핑카 외부 콘센트, 캠핑장 외부 전기설비와 연결해서 사용 (출처 : https://www.artonemall.com/m)
캠핑장에 설치된 외부멀티탭

 

 아침이 될 때까지 비는 그쳤다 내렸다를 반복합니다. 텐트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집에서 커피 한 잔 손에 쥐고 창가에서 낭만을 느끼며 듣는 소리와는 사뭇 다릅니다.



 깨고 나서 밖을 내다보니 안개 낀 산과 하천의 모습이 수묵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하지만 산책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경치를 느긋하게 즐길 여유 따위는 없습니다. 아침을 챙겨 먹여야 하니까요.

 우리 가족 최애 라면인 너구리를 맛있게 먹고 완전히 철수 준비를 마쳤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은 안개가 자욱해서 운전하기 그리 좋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알지도 못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신나게 돌아왔네요. 집이 이렇게 좋았던가요?

 집에 먼저 짐과 아이들을 내려놓고 캠핑카도 반납하고 돌아와 모든 일정을 끝냈습니다.

 잠깐 눈을 붙인 줄 알았는데 4시간을 내리 잤네요.




 이번 캠핑을 통해 저는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공유할게요.


1. 사람은 안 하던 짓을 할 때 100번은 더 생각해야 한다.

2. 밤에 더운 것이 추운 것보다 100배 낫다.

3. 자기 자신을 과신하지 말라.

4. 운전은 내 차가 제일 편하다.

5. 캠핑카 2층의 잠은 수면의 새로운 장을 경험케 해준다.

6. 캠핑카에서는 허리 펼 일이 별로 없다.

7. 자기 집이 불만이라면 캠핑을 가라. 다시 집이 좋아진다.

8. 다음에 가면 더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은 착각일 것이다.


0. 그래도 애들에게는 정말 좋은 추억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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