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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Apr 09. 2022

이 봄의 끝을 잡기 위한 전쟁


 이제 완연한 봄입니다. 남부지방은 며칠 전 벚꽃이 만개한 뒤 벌써 꽃잎이 떨어지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날씨도 좋아서 도로는 어디론가 가기 위한 차들로 꽉 막혀있고 공원에는 나들이를 하기 위한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이런 날씨에 야외로 나가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일 테니까요.

도로를 가득 채운 차량들

 

 아직 다가오는 한 주 정도는 꽃을 올려다보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늘 새벽 서울에 잠시 내린 봄비처럼 하늘은 언제 또 비로 심술을 부릴지 모를 일입니다. 벚꽃은 비가 오면 바로 땅으로 숨어버리는 부끄럼 많은 친구니까요.

벚꽃을 가장 가까이서 보고 만질 수 있는 우리 동네 최고의 명당


 며칠 전 큰 녀석이 인대를 다쳐 외출이 수월하지 못했던 엄마를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그건 바로 바닥에 떨어져 있던 벚꽃잎이었습니다.

 그걸 거실 화장실 세면대에 물을 받아놓고 동동 띄워둔 것이죠. 마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요. 예쁜 벚꽃에 예쁜 마음에 가족 모두 잠시 행복해졌습니다.



 그런데 하룻밤이 지나자 뜻하지 않았던 고민이 생겼습니다. 이 벚꽃을 계속 세면대에 두는 통에 손 씻기나 양치를 할 수 없게 되어 상당히 번거로거든요.

 잠시 생각을 하던 저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재활용품 중 하나인 본죽 통을 활용하기로 합니다. 그곳에 물을 담아 벚꽃잎을 조심스레 옮겨놓을 계획을 잡은 것이죠.


 

 너무 쉬워 보였던 그 미션은 완벽하게 실패하고 맙니다. 꽃잎이 이렇게나 연약했던 것이었을까요? 세 개의 잎 중에서 하나만 온전히 옮기고 나머지 둘은 속절없이 흩어져버리고 맙니다.

 저는 사고를 쳐놓고 그릇을 깨 먹은 아이처럼 조심스레 욕실 한편에 통을 밀어 넣어둡니다. 주위를 재빠르게 두리번거리며 완전범죄를 꿈꾸지만 그리 상황이 녹록지는 않을 듯합니다.

손이 너무 두꺼웠나봐요




 이렇게라도 '이 봄의 끝을 잡고' 싶었지만 꽃잎 하나마저도 야속하게 제 뜻대로 쉽게 되지가 않네요. 매정한 세월은 빛과 같은 속도로 오늘도 속절없이 흘러갑니다.

 깊게 고민하지 말고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고 하루하루를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겠노라 생각하게 되는...


 딱 나가 놀기 좋은 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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