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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식, 간식과의 전쟁
by
페르세우스
Oct 21. 2022
얼마 전 밤에 몇 년 만에 야식을 먹었습니다. 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손이 냉장고를 열었고 눈이 냉동식품을 발견했고 머리가 만들라고 지시를 했으며 입은 그냥 들어오는 음식을 열심히 x 먹었을 뿐이었지요.
다음 날 저는 깊은 후회와 함께 자숙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날 맛나게 먹은 야식
그 이후부터 다행히도 야식에는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과자에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요. 매일 100개씩 백일 동안 도전하겠다던 레그레이즈(복부운동)는 2주 전부터는 120~130개씩으로 늘렸습니다. 그러면 뭐합니까.. 이렇게 꼼꼼하게 틈나는 대로 먹어대는데 당할 도리가 없는 것이죠.
게다가 요즘 부쩍 사무실에서 간식을 사비로 사 오시는 팀원분들이 늘어나시는 것도 복병입니다. 떡볶이, 튀김, 호떡, 닭강정 등등등.. 안 먹자니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싫어하는 유난스러운 사람 같고 막상 조금만 먹겠다고 집어 들면 적!당!히! 가 되지 않으니까요.
체중관리를 위해 다른 작가님들이 추천해주신 현미식도 조금씩 늘리고 있지만 눈에 띌 정도는 아닙니다. 일단 다시 제 인생에서
Snack free, 간식 free
정책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것입니다.
최근 들어서 마트에 갈 때마다 저는 이상한 짓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과자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다가 급기야 과자들의 영양정보 표와 성분표를 읽기 시작한 것이죠.
사고 싶은 마음을 끊어내기 위해 단점들을 정신없이 찾는 것이었습니다.
쌀로별 : 우리 진짜 오래 알고 지냈지? 너는 왜 그렇게 고소한 거야.. 정말 맛있어서 믿고 있었는데 진짜 쌀은 조금만 들어갔다면서? 그렇게 날 기만해도 되는 거니? 당분간은 우리 좀 떨어져서 지내자.
오징어 땅콩 : 나보다 더 나이가 많은 형님인데 제가 잘 모시지 못해 죄송해요. 그런데 콜레스테롤이 있으시더라고요. 이번에 처음 알았답니다. 제가 이제 나이가 있어서 콜레스테롤은 좀 부담스럽네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후렌치파이 : 한 봉지에 두 개씩 들어있을 때부터 열심히 먹었는데 네가 이렇게 포화지방이 많은 줄 몰랐어. 내장지방이 많은 나로서는 널 감당하기가 힘들 것 같아. 그동안 즐거웠어.. 사랑했다!!
몽쉘 : 너는 크기도 작은 녀석이 두 개만 먹어도 포화지방이 14g이구나.. 어쩜 그렇게 맛있으면서 지방도 많으니... 도무지 방법이 없는 거니?
허니버터 칩 :
우
리는 그동안 너무 지나칠 정도로 오래 알고 지냈잖아.. 이제는 서로를 위해 조금 거리두기를 할 필요도 있을 것 같아..
꼬북 칩 : 꼬북아, 너는 진짜 부드럽고 달콤하고 맛있는데 포화지방이 한 봉지에 100%가 넘는 건 너무한 거 아니니? 내가 그동안 너에 대해서 잘 몰랐구나..
오구마 : 네 친구 오감자는 밋밋해서 그리 즐겨먹지 않았는데 네가 주는 자극적인 달콤한 맛에 내가 잠시 취했었나봐. 너 하나만으로도 포화지방을 100%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너무 충격을 받았어.. 미안하지만 그만 내 마음속에서 나가줄래?
생생칩 트러플 맛 :
우리 초면이지? 그냥 우리 계속 몰랐던 사이로 지내자. 너랑 친해지면 내가 힘들 것 같아..
버터링 딥초코 : 너도 딱히 흠잡을 데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버터가 들어있어서 콜레스테롤이 다른 친구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들어가 있구나.. 너도 결국 오징어 땅콩이랑 똑같은 녀석이야. 너마저 이럴 줄이야...
쿠크다스 : 우리는 초면이지? 친하게 지내고 싶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포화지방이 많아서 좀 어렵겠네.. 나중에 성공하면 다시 만나자꾸나...
이 사람이 대체 왜 그러냐면서 狂人처럼 취급하지는 말아주세요. 이렇게 해서라도 좀 과자를
멀리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니까요...
이렇게 쓰고 나니 이게 뭐하는 짓인지 현타가 오기도 하고 갑자기 과자가 더 당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적다 보니 그동안 이렇게 먹어댔는데 몸무게나 건강상태가 이 정도면 성공한 인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이어트를 하시는 분들이 먹방을 많이 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리만족을 느끼는 용도라고 하던데 저도 이러다가 금단증상으로 과자 먹방을 찾아 헤매는 날이 올까봐 두렵네요.
https://youtu.be/n7MntWzdBy8
한 줄 요약 : 다이어트와 금연에 성공한 사람과는 상종을 하지 말란 말이 있다. 격하게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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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생 쌍둥이 아들 둘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브런치를 통해 자녀교육에 대한 내용을 글로 쓰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활발한 소통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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