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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Oct 23. 2022

엄마의 '닫힌 방'

이제 나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얼마 전에 아내의 생일이 있었습니다. 기혼자이신 이웃들은 더욱 잘 아시겠지만 기념일, 생일 이런 용어는 글쓰기로 언급하기 쉽지 않은 금단의 단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꽤 짧지 않은 기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일단 올해 1월에는 제 생일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신기방기한 방식의 방탈출 이벤트로 제 생일 편지를 숨겨두었고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대문 사진은 비밀번호입니다.

https://brunch.co.kr/@wonjue/88




 하지만 밝음이 있다면 어두움도 있는 법!

예금이 있다면 대출이 있고 밸런타인데이가 있다면 화이트데이도 있는 법! ㅜㅜ


올해 6월엔 아이들의 생일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아이들에게 제가 받았던 방식을 업그레이드해서 생일 이벤트를 해주었습니다.

https://brunch.co.kr/@wonjue/283




 자, 그러면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을지 아시겠죠? 맞습니다. 아이들이 아내의 생일 이벤트를 기획한 것이었습니다. 지금부터 출발합니다.


아이들이 안방 쪽 베란다 문에다가 짧은 미션지를 붙여놓고 저와 아내에게 그 안으로 들어가라고 합니다.




신발까지 준비해놓은 걸 보니 분명히 선물이 이 안에 있는 모양입니다.




 들어와보니 이 안은 추리게임에 나오는 것처럼 완벽한 밀실입니다. 퀴즈를 모두 풀어야 나올 수 있는 방탈출 카페와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구현을 해두었습니다.


 그림에 실제로 숫자는 아이들이 놔둔 힌트를 풀어나가는 순서지만 저와 아내에게는 맨땅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첫 번째 열쇠는 힌트는 가방 뒤 쪽에 붙어 있습니다. 누군가의 생일이라고 하네요. 처음에는 좀 쉽게 출발합니다.




 두 번째 자물쇠는 여행가방 속에 든 힌트와 화분 바닥에 있는 문제를 조합해서 풀어봅니다. 이 문제를 풀면 세 자리의 숫자가 나오고 가방의 열쇠를 풀어서 지퍼를 열어볼 수 있습니다.   




 가방 속에는 2번 문제가 있습니다. 짧은 편지네요. 이 편지는 잘 찍어놨다가 자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문에 붙여놓은 검은 색 종이가 신경 쓰였는데 이 정도는 방탈출 짬밥으로 풀어냅니다. 이걸로 열 개의 숫자로 만들어진 자물쇠가 달린 상자를 풀어낼 수 있습니다.




 상자 안에 든 세 번째 문제를 집어듭니다. 이것도 퀴즈인데요. 밑줄 친 부분을 착안해서 문제를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힌트는 자물쇠를 참고해보셔요. 함께 풀어보시죠~ 저는 풀었습니다. ㅎㅎ




 마지막 문제입니다. 이건 좀 어렵습니다. 결국 힌트를 얻어서 풀어냅니다. 방탈출 카페 좀 다녀봤다고 생각한 제 입장에서는 창피한 일입니다. 비밀번호를 얻고 상자를 엽니다. 참고로 이 상자는 아이들이 상자 따로 경첩을 따로 구매해서 직접 만든 방탈출용 상자입니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참 이해하기 힘드실 수 있겠지만 정말 열심히 만든 상자랍니다.




 이 조그만 상자 안에는 레고로 된 막대기가 하나 있습니다. 저는 편지일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생각해보니 이걸 꽂을 수 있는 구멍이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맞습니다. 베란다 문은 거실 쪽에서 잠글 수 있게 되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낸 것이죠.




드디어 밀실이었던 베란다를 탈출해서 거실 바닥의 화살표를 따라서 안방까지 갑니다.




그 안에서 아이들이

제가! 준비한! 선물!과 편지!

를 아이들이 준비한 편지와 함께 전달해주네요.

그렇게 5월부터 저를 닦달하며 준비했던 아이들의 엄마 생일 이벤트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처음에는 얼마나 고민했겠냐라고 여겼는데 막상 접해보니 깊이 고민한 흔적이 느껴집니다. 쌍둥이 둘의 집단지성의 힘을 무시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네요.


여담이지만 참고로 이 글은 글을 쓰는 것보다 사진을 찍고 업로드하는 순서를 정리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네요.


 


 줄 요약 : 얘들아, 여자 친구한테는 그러지 마라. 장가가기 힘들다.



아이들이 만든 힌트지와 답안지

혹시 이해가 안 되는 문제가 있으시면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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