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기타와의 동행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기타 실력이 늘기 위해서는 당연히 꾸준히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하루는 기타 연습을 하루에 30분씩은 해야 된다는 선배님들의 조언을 따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기타 수업은 5개월여 만에 종료를 했습니다. 하지만 배움에 대한 욕구는 끝이 없다고 하던가요? 4/4분기 문화원 강좌가 업데이트된 것을 보고 저는 다시 군침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침이 나왔다는 소리는 아니고요...
진짜 재미있을 것 같았던 타로카드
거기서 제 숙원 중의 하나였던 수업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타로카드 수업입니다. 저는 사실 타로카드를 2005년에 구입해서 이미 친구들의 타로점을 봐줬던 경험이 있습니다.
2007년에 입사연수 때도 동기 수십 명의 타로점을 봐주기도 했죠. 돌팔이는 아니라는 소리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였죠.
2005년에 사서 냉장고보다 오래된 타로카드
(르네상스 카드)
그러다가 타로점이 심리학과도 연관된 부분이 있다 보니 지난여름부터 다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수업은 적어도 연극이나 기타처럼 본 수업 이외에 따로 시간을 더 내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끌린 것도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고민 끝에 타로카드 수업을 등록을 했습니다.
그!
런!
데!
저는 놀랍게도이번 수업은두 번만에 중도포기를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전후 사정은 이렇습니다. 첫 번째 수업을 들었을 때는 한 시간 반 동안 타로카드는 하나의 해석만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로 채워졌습니다. 저도 경험상 알고 있는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초심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충분히 알려줘야 될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이해하고 넘어갔습니다.
그 사이에 저는 새로운 카드도 사서 의지를 다졌습니다.
수업에 사용되는 기본 타로카드
(유니버셜 웨이트)
그런데 두 번째 수업에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상황들을 겪게 되었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썸이라는 것이 있어서 사귀지도 않는데 손도 잡고 그러죠?"
"이 카드를 인기 많을 것 같은 사람들이 뽑고 연애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면한 사람만 고르라고 이야기를 해주면 됩니다."
강사 : 여기서 퀴즈.. 요즘 연애와 친구 사이를 구분하는 방법이 뭘까요?
수강생 : 결혼을 약속한 사이면 연애 아닌가요?
다른 수강생들 : 하하하하하하
맞습니다. 거기 계신 분들은 모두 저보다 어른들이었습니다. 모두 50대 이상이셨죠.
저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가진 지혜와 관록을 존중하고 활용해야 된다고 늘 생각하는 사람입니다만 그 수업은 제가 배우려는 내용과는 동떨어진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었죠.
게다가 제가 질문을 두어 번 했는데 그게 또 거슬렸던 모양입니다.
"타로 좀 볼 줄 알아요?"
"예전에 좀 했어요"
"그래요, 열심히 한 번 배워봐요"
이렇게둘째 날 역시 시시한 만담 같은 내용으로 채워지는 바람에 하나의 카드에 대한 해석밖에 배우지 못했습니다. 안 되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 저는 조용히 사무실로 내려가 환불처리를 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포기하지 말고 따로 책을 하나 사서 독학으로라도 공부를 해야겠습니다. 아내는 이거 배워서 건대 앞에 타로카드 노점이라도 내려고 하느냐고 물어보지만 그러지는 못할 것 같고요.
그냥 오랜만에 타로점을 보니까 재미있었습니다. 게다가 2호가 타로점을 봐달라고 해서 봐줬더니 저보고 제법 잘하는 것 같다고 하네요. 거기에 또 힘을 얻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넣어두었지만 다시 공부를 하면 금방 예전의 기억이 돌아올 테고 가끔씩 즐기는 취미생활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