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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Apr 04. 2022

악기와의 전쟁

9년 만의 도전


 예전에 각 나라별 중산층의 기준이 화제가 됐었습니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힌 한국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꼬집는 아픈 내용이었죠.


 그때 이후로 아이를 낳게 되었고 아빠가 된 저는 프랑스의 중산층 기준으로 아이들을 키우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습니다.

각 나라별 중산층의 기준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이 이의 제기하는 강도가 세지는 분야가 딱 하나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악기였죠. "아빠는 왜 악기를 배우지 않느냐"는 것이 아이들의 제일 큰 불만이었죠. 



 제가 악기를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음악을 좋아하는 쪽에 가깝죠. 예전 아이들이 태어날 즈음에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 근처 학원에서 피아노 강습을 듣기도 했습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인생은 회전목마'를 배우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이듬해의 인사이동으로 인해 그 곡을 끝까지 익히지 못하고 배움의 길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아 네월아 하며 허송세월 한 것이 7~8년이 돼버린 것입니다. 그러던 차에 집 근처에 있는 문화원의 수강생 모집 팸플릿이 우편함에 꽂힌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꺼려하지 않았기에 신나게 아이쇼핑을 하기 위해 팸플릿을 넘겨봅니다. 고민을 하다가 아이와 함께 드럼을 배우면 좋겠다 싶어서 설득을 해봤는데 아이는 크게 흥미가 없다요.

 그래서 기나긴 고민 끝에 기타를 선택했습니다.  손가락이 굳은 뒤에는 배우고 싶어도 할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환불(?!)을 위해서 꼭 챙겨야 한다는 수강증입니다.

 오늘부터 3개월, 12번의 수업을 열심히 듣는다고 초심자가 고수가 될 리 만무합니다. 그래도 9년 만에 새로운 예술적인 배움을 시도한다는 사실은 걱정이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네요.  이들에게도 큰 소리를 쳐놓고 시작한 만큼 모범이 될 수 있게끔 노력해보려 합니다.


#문화원 #문화강좌 #포크기타 #피아노 #하울의움직이는성 #영수증 #환불 #강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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