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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의 전쟁

주입식 교육의 희생양

by 페르세우스



저는 새를 그리 좋아하진 않습니다. 아내는 한술 더 떠서 새라면 몸서리를 칠 정도고요.




하지만 우리 집 1호가 새를 너무나도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서 조류학자라는 직업까지 꿈꿀 정도니까요. 심지어는 자신의 롤모델로 이분을 꼽은 적도 있습니다.

고 윤무부 교수



저는 아이의 호기심을 막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더 북돋워주어야 할 일이죠. 하지만 는 새에 대한 전문가도 아니고 익숙한 분야도 아니기 때문에 아이를 위해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새에 대한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줘 봤습니다. 그래도 끝없는 호기심을 보여주었고 아이와 함께 골라서 책을 몇 권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빌려서 본 새(Bird)책
사서 집에서 시도때도 없이 보는 새(Bird)책



그렇게 아이와 새의 동행이 시작된 뒤 나름대로 유의미한 변화도 생겼습니다. 아파트 근처의 나무에 새가 보이면 어떤 새이며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꽤 기억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시도 어쩔 수 없이 익혀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번에 설명해줬는데 왜 기억 못 하냐고 혼을 내기 때문입니다.

집근처를 배회하는 새를 위해 준비해둔 먹이(천혜향)
눈에 보이기만 하면 설명하며 찍어달라는 새(Bird)사진



그 뒤에는 실제로 만지는 것을 시도하는 지경에까지 이릅니다. 먼저 앵무새 카페로 가서 직접 만지기까지 해 봅니다.




결국에는 경주에 새를 보기 위해 여행까지 가게 되었죠. 버드 파크라는 곳을 가기 위해서 말입니다(현재는 오산에도 생겼습니다). 석굴암, 불국사, 첨성대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를 보기 위해 경주 간다는 집은 아마 많지 않을 겁니다.

경주 버드파크에서..... ㅜㅜ



새 좋아하는 아이 덕분에 함께 장단을 맞춰주느라 부모는 늘 정신이 없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듭니다.


런데 오늘 아침 3층에 있는 제 사무실 창문으로 참새가 들어와서 10여 분을 휘젓고 다닌 에피소드가 생겼습니다. 살아있는 새 이야기라니 제가 더 신이 나네요.

결과적으로는 참새는 안전하게 사무실에서 내보냈습니다.



평소 퇴근을 하고 집에 가면 아이들이 별일이 없었냐고 물어옵니다. 아마 제가 꼬치꼬치 묻기도 하니 녀석들도 궁금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직장에서 일어난 일들 중에서 뭐 그리 아이들에게 흥미로운 내용이 있겠습니까.

오늘 아침 사무실 안으로 날아든 참새


그런데 오늘 재미있는 새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하려고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신이 납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1호의 주입식 새 교육에 세뇌가 되었나 봅니다. 주입식 교육이 꼭 나쁜 것은 아닌가 봐요. 아껴뒀다가 이따 재울 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려고요.


#새 #버드 #조류 #경주버드파크 #리파패럿 #새안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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