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화동팀과 접수팀은 따로 단톡방까지 운영하면서 나름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워두었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결혼식 때 소소한 해프닝은 언제나 생깁니다. 시작부터 우왕좌왕하면서 왔다 갔다 하면서 정신이 없습니다. 식권이 모자라는 상황도 생기고 중요한 물건을 누가 어디에 뒀는지 급히 추적하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재미있는 사실은 제가 결혼할 때까지만 해도 없었던 새로운 표현을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가방순이'라는 표현을 요즘 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혼식 당일에 신부를 도와주는 친구를 뜻한다고 하는데 참 표현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시 반부터 본격적으로 로비는 어수선해지기 시작합니다. 거리두기가 종식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사람이 많이 오지 않으리라 여겼는데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한꺼번에 접수대로 오는 바람에 정신이 없습니다.
동생과 나, 대부분 내가 동생인줄 안다
친척의 결혼이기에 다른 친척들도 많이 오셔서 인사와 안부를 틈틈이 주고받으면서 일을 하다 보니 효율성이 더 떨어집니다. 사촌동생의 친구들이 많이 온 것을 보면서 역시 결혼은 일찍 해야 신랑 신부의 하객이 많이 온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습니다.
2시에 본식이 시작되었고 네 명의 아이들은 순조롭게 화동으로서의 역할을 잘했다고 합니다. 사진은 실내에 사람이 너무 많았던 관계로 찍지 못했네요.
본예식 화동 리허설
접수팀도 본격적으로 예식이 시작된 뒤에는 한결 숨을 돌리게 됩니다. 예식을 모두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기념사진을 모두 찍은 뒤에는 힘들게 꾸민 김에 겸사겸사 가족사진도 따로 몇 장 찍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 기다리느라 거의 마지막으로 식사를 하러 이동합니다. 어른도 생각보다 많이 지쳤고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이 음식을 먹더니 좀 기분이 나아진 모양입니다.
음식을 열심히 먹고 있으니까 신랑 신부가 테이블을 돌면서 하객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녹초가 된 듯한 신랑과 신부를 보면서 안쓰럽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편으로 14년 전에 제가 결혼식을 했던 때를 곰곰이 회상해봅니다. 4월 25일,봄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오후 4시 반에 예식을 시작했고 그날 저녁 비행기로 신혼여행을 가는 일정표였으니 지금 다시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다시 하라고 하면 할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 이벤트 중 하나입니다. 그때의 상황과 비교하면 오늘의 예식은 굉장히 양호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어디서 엄살들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