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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와의 전쟁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신조어의 늪

by 페르세우스



제가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지원을 할 때 전형 중에는 집단토론면접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열 명이 한꺼번에 들어가서 하는 방식이었는데 그때 제가 속한 팀에 주어졌던 주제는 바로 '신조어로 인한 한글 파괴 현상을 바람직하게 볼 수 있는가'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출처: 바른토론인증원




주제가 나오자마자 대략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쪽으로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어느 쪽으로 붙어야 할지 판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밴드웨건처럼 다수의 의견에 올라타는 방법이 있었고 찬성하는 쪽에 서면서 발언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얻는 쪽을 선택할 수도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신조어가 한글을 파괴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쪽을 선택해서 3대 7의 토론을 열띠게 나눴습니다.





그때 제가 주장했던 내용은 대략 이랬습니다.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사전에 등재된 단어들도 실제로 어원이 다른 것들이 많다. 한글은 계속 변화하는 것이지 파괴된다고 할 수 없다. 실제로 최초의 어원과 달리 뜻이 바뀌어 사용되는 단어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예시

ㅇ 단골집

원래 뜻 : 굿을 할 때 늘 정해놓고 불러다 쓰는 무당을 당골이라 한 데서 유래

바뀐 뜻 : 항상 거래하는 장사집을 이름.


ㅇ 샌님

원래 뜻 : 생원(生員)님의 준 말. 과거의 소과(小科)에 합격한 사람.

바뀐 뜻 : 점잖은 사람을 가리키거나 또는 숫기가 없고 사교성이 적은 사람을 가리킨다.


ㅇ 영감(令監)

원래 뜻 : 조선시대, 정3품, 종2품의 당상관을 이렇게 부름. 그 이상일 땐 대감이라 함.

바뀐 뜻 : 나이 많은 남편이나 노인을 이름.




이렇게 말을 했던 저도 요즘은 신조어라는 것들이 너무 많아져서 익히거나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는 생각이 많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연도별로 올해의 신조어를 찾아보았습니다. 외람되지만 정답은 따로 안 올리겠습니다. 차니즘이 아닌 작가님들의 압(스크롤 압박)이 우려되기 때문으로.. ^^



2017년



2018년



2019년



2020년


2021년


저도 이 글을 쓰면서 하나씩 풀어보았더니 겨우 절반 정도를 맞힐 정도입니다. 어디 가서 신조어 좀 안다고 잘난 척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0대 초반인 아이들에게 한 번 물었더니 저보다 더 모릅니다. 과연 이 단어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세대는 도대체 어떤 나이대인지 문득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무슨 표현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새롭게 만들어지든 또는 줄여지든 간에 그건 시대의 흐름이자 변화로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걸 불편하게 생각하며 이해하지 못하고 혀를 차는 사람은 아마 꼰대라는 단어로 취급받겠죠.



하지만 최소한의 맞춤법도 알지 못하면서 신조어를 만들고 사용하기에 열을 올리는 것은 솔직히 안타깝고 불편합니다.


물론 저 역시도 이런 비판에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글을 올리기 전에 맞춤법 검사를 하면 단 한 번도 무사통과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죠.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제 자신이 맞춤법에 아직 부족하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기는 한다는 점입니다.

신조어를 쓰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것도 좋지만 최소한 사회적으로 약속된 언어 사용에 대한 규칙을 지키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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