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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의 전쟁

부주의한 아빠의 반성문

by 페르세우스



어제는 오랜만에 교외로 나갔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오리백숙을 먹기 위해서입니다. 요즘 힘들었는지 눈에 다래끼가 생긴 둘째를 비롯해 체력이 좋지 못한 가족들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엄나무 오리백숙




식사를 잘 마무리하고 나서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아이들이 카운터 근처에서 얼쩡거립니다. 이유는 바로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기 위해서입니다.


참고로 저는 커피를 가끔씩 종류별로 사 마십니다. 맛을 잘 알아서 음미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각성 효과가 엄청나게 좋아서도 아니고 일종의 습관입니다. 건강에 더 나쁜 산음료를 덜 마시기 위한 일종의 대체재인 셈이죠.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제 옆에 있다가 무슨 맛 커피냐며 맛을 볼 때도 생깁니다. 한 모금 정도만 맛을 보게 해 줍니다. 그런데 그안 맛봤던 그 많은 커피들 중에서 일반식당의 자판기에서 뽑아 마실 수 있는 설탕이 들어간 달한 커피가 제일 입에 맞았던 모양입니다.

출처 : https://m.blog.daum.net/benelli123/206



어김없이 한 잔을 뽑는가 싶었는데 이번에는 커피를 종류별로 한 잔 씩 맛을 보고 싶다고 합니다. 어차피 한 잔을 다 먹일 생각도 아니었고 제가 나머지는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카푸치노 한 잔과 카페라테 한 잔을 하나씩 뽑아서 쥐어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커피의 조금씩 맛을 보면서 차이점이 어떤 것이 있는지를 찾아내기도 하면서 다 함께 즐거운 티타임을 즐겼습니다.




하지만 이 훈훈했던 커피타임은 에 뜻하지 않던 혹독한 대가를 치게 만들었습니다. 2호가 계속 잠이 오지 않는다고 호소하기 시작했던 것이죠. 그것도 잘 자려고 준비하고 있던 저한테요.. (또 왜 나만...ㅜㅜ)

sticker sticker

원래 평소에 자는 시간보다 좀 일찍 들여보내기는 했지만 잠을 못 잘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금세 이 사단의 원인이 낮에 홀짝홀짝 마셨던 커피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출처 : 서울대 어린이병원



알고 보니 카페인의 각성 효과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저와 달리 2호는 커피에 취약한 아내와 비슷한 체질이었던 모양입니다.


결국 저는 아이와 함께 두 시간 가까이 누워서 잠이 들 때까지 기다려주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저까지 덩달아 잠을 설치게 되었죠.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두 사람 모두 수면의 질이 떨어진 상태여서 퀭한 모습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아이들과 대화를 나눈 뒤에 <커피 금지령>이라는 강한 후속조치를 내리기에 이르렀습니다.




일부 연구에 의하면 어린이에게 카페인은

ㅇ 뇌를 각성시켜 잠을 방해하며 행동 불안 및 정서장애를 유발할 수 있고

ㅇ 교감신경 자극으로 인한 탈수 증상이나 설사나 변비를 으킬 수 있으며

ㅇ 철분 흡수를 방해해서 빈혈을 유발할 수 있고

ㅇ 칼슘 흡수를 방해해서 성장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ㅇ 심장박동수를 증가시켜 두근거림, 혈압상승에 관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또 일각에서는 이런 주장들이 확실하게 증명된 바는 없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https://www.thedaily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80396




어느 장단에 발을 맞춰야 할지 어렵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확실하게 깨달은 점 은 양의 커피도 아이에 따라 지나친 각성효과를 일으켜 잠을 방해할 수 있다는 실입니다.




커피를 마셨을 때 각성효과가 일으키는 메커니즘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피로와 관련된 물질인 아데노신이 들어갈 자리에 비슷한 모양의 카페인을 집어넣는 것이죠.

아데노신과 아데노신 수용체가 결합하면 피로를 느끼지만 카페인이 결합하면 각성효과를 일으키는 역할을 합니다. 피로를 잠시 잊게 해주는 것이죠.

https://cm.asiae.co.kr/ampview.htm?no=2016090813184391446


하지만 갈 곳 잃은 아데노신은 없어지지 않고 뇌 속에 남아있다고 합니다. 그걸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잠뿐이라고 하네요.




악마의 열매라고 불리면서 세계에서 하루에 22억 잔씩 소비된다는 커피.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 3위의 커피 소비국이라고 합니다.

모든 사람이 즐기는 기호식품이 되었지만 굳이 자신의 체질과 맞지 않는 음식을 힘들게 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어른도 아이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뭐든지 한 번 제대로 데어봐야 깨닫는 것도 있는 법이죠.


#커피 #불면증 #오리백숙 #카페라테 #카푸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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