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향이 남해안 바닷가입니다. 그렇다면 수영을 잘하냐고요? 아뇨, 전~혀 못합니다. 불행히도 저의 물과의 첫 만남은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 친구들과 외가댁 근처에 있는 개울가로 놀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깊지 않은 개울이었는데 거기에서 수영도 못하던 저는 시쳇말로 소위 깝죽거리다가 거꾸로 물속으로 빠졌습니다.
출처 : 나무위키
그때의 시간이 아무리 길었다한들 10초 정도 되었을까요? 그때는 마치 10분처럼 느껴졌던 10초였습니다. 결국 저는 그날 이후로 물가든 물속이든 물이 몸에 묻는 활동을 극도로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성인이 되고 나서 까지도 계속 물을 무서워하고 있는 자신이 못마땅했습니다. 그래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를 하기로 했습니다. 군대 제대 이후 대학교 근처에 있던 스포츠 센터에 수영 수업을 등록하게 된 것이죠.
호기롭게 도전한 수영 수업은 3회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이유는 바로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남자 수영강사 때문이었습니다.
"그게 그렇게 안 돼요?"
"아니 그렇게 하지 말라니까!"
"아, 참 답답하네."
"지금 혼자만 못하는 거 알죠?"
단 3회의 수업만에 저는 자존감이라는 것이 없었던 사람인양 초라해지고 한없이 쪼그라들고 말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런 일을 당하면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겠지만 그때 저는 참 순진했던 모양입니다. 결국 클레임을 걸거나 강사와의 직접적인 충돌을 일으키는 것을 원치 않아 조용히 수영장에 나가는 것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이게 저는 그렇게 안됩디다., (출처 : 다음쇼핑)
결국 그날 이후로 제 인생에서 수영이란 필요 없는 활동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아보니 수영을 무시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뉴스를 통해 접하는 다양한 사건사고를 보면서 수영을 할 줄 아는 아이로 키워야겠다는 의지가 생긴 것이죠.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서 수영 수업을 시켰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은 순조롭게 수영을 배우게 되었고 물놀이를 가서도 구명조끼 없이 놀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갈수록 생각지도 않은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언젠가부터 여행이나 물놀이를 갈 때마다 제게 수영을 가르쳐주겠다며 물 위에서 눕게 하려는 불효 막심한 짓을 하는 것이죠.
구명조끼를 입더라도 저는 구명조끼를 믿지 않습니다. 예전에 해외여행을 갔을 때도 스노클링을 하면서 발에 쥐가 난 상태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채로 몸이 뒤집혀서 물을 엄청 먹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그런 제 속도 모르고 사색이 된 제 표정이 재미있는 모양입니다. 정색하고 화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 앉혀놓고 진지하게 말해야겠어요. 하지만 "나는 지금도 앞으로도 절대로 못해 그러니까 수영을 가르치려 하지 마"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처법인지는 아직 고민입니다.
물을 좋아하는 가족 3명과 함께 살고 있는 저. 과연 수영을 배우지 않고 구명조끼만 입고서 계속 버틸 수 있을지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이 나이에 수영을 다시 배운다는 것도 어불성설이고요.
'처음'이라는 단어에 끌린다......
날씨가 더워지니까 물놀이를 갈 일이 계속 생깁니다. 수영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더 많이 듭니다. 피서는 뭐니 뭐니 해도 사람 많은 바다보다는 계곡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