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문화원에서 기타반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번 저는 기타 수업에서 뜻하지 않게 노래 부르는 역할로 기타 동아리 공연에 긴급 수혈되었습니다. 기타 실력보다는 남자 파트 노래를 보완하기 위해서였죠. 그때 잠시 언급했던 공연이 바로 오늘입니다. 안 왔으면 하던 그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가벼운 행사로 생각했던 제 예상은 크게 빗나갔습니다. 행사장소는 삼성역 코엑스 전시장이었고 이곳에서 개최되는 <건강미 박람회> 행사에 포함된 공연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건강미 박람회>라는 제목이 주는 이미지답게 대상은 중장년층 이상의 관람객들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기타의 코드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제가 이렇게 큰 공연에 참여를 해도 되나 하는 부담감이 들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낙장불입이고 외통수입니다. 그냥 그럴싸하게 기타를 들고 노래를 리드하는 역할을 해내면 됩니다.
대망의 공연일은 찾아왔습니다. 아침에 난데없이 쏟아지는 소나기를 부랴부랴 피해 가며 집합장소로 갑니다.
오늘 일진이 좋지 않다는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다행히 비는 길어지지 않고 금세 멎었네요. 자체적으로 합을 맞춰본 뒤 다 함께 코엑스를 향해 출발합니다.
오랜만의 삼성역
오랜만에 찾은 코엑스는 정말로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네요. 굽이굽이 미로처럼 사방팔방 뚫려 있는 길을 어렵게 헤쳐 나와서 전시관 3층에 있는 행사장에 도착했습니다. 길치들은 이 행사장을 아마도 찾아오기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렵게 도착한 박람회장 입구
궂은 날씨에 찾기도 힘들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붐비지는 않았습니다. 작은 행사는 아니었는지 꽤 많은 건강 관련 기업, 기관에서 참여를 해서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타이틀이 건강인만큼 40대 이상의 성인들이 많이 눈에 보였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과 기관이 참여했지만 생각보다 적었던 관람객
리허설을 하기 전에는 한산하게만 느껴졌던 공연장이 막상 공연을 시작하고 나니까 꽤 북적북적해집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 공연에 기타를 치는 팀이 또 없었다는 점이네요. 기타 공연만 있었다면 많이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싶네요.
드디어 저희 팀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의상도 갖춰 입고 두 곡을 불렀습니다.
시크릿의 <별빛 달빛>과
숀 케이시의 팝송 <Da doo ron ron>이었습니다.
오랜만에 가사 없이 하는 노래라 꽤 긴장되었습니다. 연습 때는 가사를 계속 틀려서 애를 엄청 먹었는데 다행히도 한 대목만 옹알이를 하고 나머지는 틀리지 않고 잘 마무리했습니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대목들이 있지만 이미 끝나버린 공연에 마음을 담아둬 봐야 큰 의미가 없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이제는 노래는 잠시 접어두고 기타 연습에 다시 매진해야 할 듯합니다. 모든 선배님들이 한 목소리로 손가락에 굳은 살도 안 생겼으면서 그 정도 연습량으로 잘 안 된다고 불평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하시니까요.
일단은 다음 기회가 또 있다면 좀 더 연습해서 기타를 직접 치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