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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Jul 20. 2022

마니또와의 전쟁

이젠 어른에게 추억의 단어, 마니또



 어제 오랜만에 동심의 세계 빠져들었습니다. 바로 아이들의 반에서 진행 중인 '마니또'이벤트 때문이었습니다. 원래 ‘마니또’란 스페인어로 ‘애인’이라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애인같이 상대방을 생각하고 아껴주는 친구’라는 의미로 알려져서 사용되고 있죠.


 학창 시절 마니또 이벤트는 아마 대부분 경험해보셨겠지만 학교나 동아리 활동을 할 때 서먹서먹한 사이를 더 가까워지게 만들기 위해 자주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아이들의 담임선생님께서도 내일로 다가온 여름방학을 맞아 이런 이벤트를 생각해내신 것이죠.




 아이들은 학급회의를 통해서 마니또 활동을 어떤 식으로 정했습니다. 마니또는 어떤 식으로 정할 것인지 선물을 줄 것인지, 준다면 얼마짜리로 할 것인지 말이죠. 회의 결과 남학생과 여학생이 서로를 무작위로 추첨하여 각자의 마니또를 정하고 선물은 마지막 날 5000원이 넘지 않는 선에서 주고받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지난주에 이미 자신이 뽑은 마니또가 누구인지 밝히며 마니또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추첨 직후에 곧바로 네가 좋아하는 것이 뭐냐고 물어본 여자 친구도 있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아직 아이들이 참 순수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희 집 아이들은 마니또 친구가 정해진 직후부터 선물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길고 긴 고민 끝에 각자 하나씩 고르게 되었죠. 1호는 작은 인형, 2호는 미니 선풍기였습니다. 그런데 어제 생각지 못한 문제로 난리가 났습니다. 2호가 선택한 미니 선풍기 마니또 선물교환일인 수요일 전에 도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그래서 어제저녁부터 마니또와의 전쟁이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오늘 1교시에 계획된 선물교환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였죠. 저녁시간은 진작 지나 배가 고팠지만 저녁도 먹지 못한 채 문구점으로 가 새로운 선물을 비롯해 포장지도 골라야 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2호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마니또 친구를 위한 색연필로 골랐고 집으로 돌아와 겨우 늦은 저녁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마니또를 위한 색연필과 인형 선물



 저녁을 먹은 뒤 아이들은 짧은 메시지를 담은 편지를 함께 넣어 선물을 포장하기 시작했습니다. 1호는 직접 포장하고 2호선물 포장 마감을 옆에서 좀 거들어줬습니다. 오랜만에 선물을 포장하니까 생각보다 실력이 많이 녹슬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포장 완료된 선물



 학교를 다녀온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어떤 친구에게 무얼 받았느냐고 말이죠. 두 사람 모두 과자 선물이었다고 합니다. 놀라운 사실은 다른 친구들이 선택한 대부분의 선물이 과자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색다르게 인형과 색연필을 선물로 준 친구는 자신들밖에 없었다며 뿌듯하게 생각해서 저도 덩달아 뿌듯했습니다.


 받는 기쁨도 좋지만 주는 기쁨도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된 듯해서 의미가 더 있었던 마니또 데이였습니다. 이젠 나이가 많~~~ 이 들어서 마니또라는 것을 경험할 일도 없어졌지만 가족들을 설득해서 네 명이서라도 한 번 재미로 해볼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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