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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의 전쟁

비는 온다고 정해진 날만 오는 걸로 합시다.

by 페르세우스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중에 <날씨의 아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날씨를 맑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여자아이와 그녀의 곁에 있는 남자아이의 주위에 일어나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입니다.

날씨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 신선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그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순간이 연이어 생겼습니다.




지난 화요일 오후에 공사현장 감독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맑던 하늘에서 난데없이 비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금세 폭우 수준으로 바뀝니다. 비가 내리는 것을 보면서 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날씨를 급히 확인했습니다. 분명히 날씨가 맑은 것으로 알고 공사일정을 잡았는데 그 사이에 날씨가 바뀌었나 싶어서였습니다.


하지만 휴대폰으로 확인한 현재의 제가 있는 지역의 날씨는 해 모양이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죠. 30여 분간 마치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쏟아지던 비는 거짓말처럼 멈추었고 제게 다시 햇살을 돌려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우산을 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발을 비롯해 온 몸이 비에 젖어버렸고 엄청나게 찝찝한 상태에서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을 버텨야 했습니다.


수요일의 경우는 그나마 다행입니다. 비가 내린다고 예보가 되어 있어서 공사를 취소했는데 되려 비가 안 오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전날과는 반대 상황이었죠. 그런데 목요일에는 오전에만 비가 잠깐 온다더니 오전 내내 비가 내리더니 오후에는 맑아진다고 했는데 퇴근할 무렵에 갑자기 비가 주룩주룩 내리더군요.



이번 주 동안 제가 확인한 일기예보는 그야말로 거짓부렁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냥 못 맞춘 것으로 끝나는 정도였다면 괜찮겠지만 이번 주는 특히 예보의 부정확성으로 인해 업무적으로 여러 상황들이 좀 꼬이고 말았습니다. 제 업무 중 하나인 공사현장 감독은 날씨에 따라 일정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기상청에 대해 가지고 있던 그나마도 별로 없던 신뢰도가 더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죽하면 다른 나라에서 제공하는 기상정보로 일기예보를 확인한다는 '기상 망명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까요.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40545




그런 마음이 드는 가운데 한편으로는 조금은 더 이해해줘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기상청에 일하는 아내를 둔 친구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날씨가 예보와 다를 때마다 직접 기상청에 전화를 걸어서 예보의 부정확성에 대해 강하게 민원을 넣고 화풀이하듯 항의하는 분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많다는 사실을 말이죠.

https://www.youtube.com/watch?v=LrRwGe6bpy4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알고 보면 우리나라 기상청의 기술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자료를 분석하여 기상을 정확히 관측할 수 있는 인원이 태부족한 상황이 제일 큰 원인이라고 하소연하는 내용도 있어서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요즘 워낙 가뭄이 심해서 비가 와서 해갈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비 오는 소식은 조금만 더 잘 맞춰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듭니다.

그래야 맑은 줄 알고 작업을 진행하다가 갑자기 난데없는 폭우에 당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날씨의 아이는 분명한 허구의 이야기지만 그렇게 갑작스러운 봉변을 당할 때마다 간절해지고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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