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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근무와의 전쟁

by 페르세우스


아시다시피 이번 주는 서울 남부지역을 비롯한 수도권과 중부지방 일부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있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은 송파구와 강동구의 전력설비를 담당합니다.

월요일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고 난 뒤 화요일에도 많은 비가 예상되자 상위부서에서는 직원들에게 청색비상이라는 것을 발령했습니다.



보통 회사에서 발령하는 비상의 단계는 적색 - 청색 - 백색 비상으로 나뉘며 청색비상은 꽤 높은 단계입니다. 근무시간이 지난 뒤에도 비상근무자를 지정해서 만약의 상황을 대비토록 하는 단계입니다. 그렇게 순번대로 정해진 저를 포함한 10여 명의 직원은 야간에 폭우로 인해 발생할지 모를 설비사고에 신속한 대처를 하기 위해 사무실에 대기하게 되었습니다.



낮시간에는 정상적인 근무를 서고 저녁부터 본격적인 비상근무가 시작되었습니다. 비는 화요일 낮에도 굵어졌다가 가늘어졌다를 반복하더니 밤동안에도 들쑥날쑥하게 쏟아졌다 잦아졌다를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모양새를 보면서 확신이 들었습니다. 내일 해가 뜨기 전에 비상이 풀려서 집에 갈 일은 없겠다고 말이죠.



경험해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대기를 하는 동안 야간 늦은 시간에 사무실에 앉아있으면 허리도 아프고 눈이 피로해서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 상당히 괴롭습니다. 그러다 보니 뭐라도 일을 좀 하려고 하면 효율도 굉장히 떨어집니다. 휴대폰이나 인터넷을 하는 것도 잠시뿐입니다.


하지만 그런 시간도 감사하게 느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투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까지 아무런 사고가 나지 않았다는 의미니까요. 그렇게 어찌어찌 꾸역꾸역 밤 시간을 버텨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밤새 제가 담당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큰 설비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고 비상근무는 마무리되어 퇴근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면서 호우로 인한 피해상황을 찬찬히 살펴보니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많아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재산상의 피해를 넘어 생명까지 잃은 뉴스를 보면서 애도의 마음을 표합니다.


원래 처음에 시작할 때는 밤샘 비상근무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조금 가볍게 써보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무거워지는 마음이 그걸 허락하지 않아서 오늘 하루는 이렇게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비가 아직 얼마나 더 내릴지는 모르겠지만 큰 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 자리를 빌려 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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