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황에서 학교나 학원을 보내면 폭동입니다!! 어차피 현장학습 신청서를 냈으니 학교에는 가지 않기로 하고 대체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목요일 하루는 세 모자가 남산타워를 잘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는 세 사람이 만족할리 없습니다.
남은 금~토의 일정은 충남 서해안 지역 투어로 긴급 편성되었습니다. 서해안으로 오랜만에 떠납니다.
일단 먹을거리도 중요하기에 서울을 출발하자마자 식당을 폭풍 검색합니다.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된 여행이 아니기에 거의 대부분이 일정이 즉흥적입니다.
MBTI에서 전형적인 J형(ESTJ)인 제게는 참 힘든 일이었죠. 하지만 상황이 이리되었으니까 해야 합니다.<허영만의 백반 기행>의 대배우 정보석 씨 편에 나온 집이 우리가 가려는 목적지 근처에 있어 찾아갑니다.
제육볶음 2인분 + 백반 2인분 세트
맛 고수가 아니라 냉철한 평가를 하진 못하지만 꽤 맛있게 먹었습니다. 배가 고플 때는 못 봤는데 배가 부르고 나니 식당 앞에 있는 코끼리 나무가 눈길을 끄네요.
코끼리나무
배부르게 먹은 뒤 식당에서 2분 거리에 있는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인 《서산 버드랜드》로 갑니다. 경주와 오산의 버드파크는 입장료가 어른은 20,000원에 아이만 해도 15,000원이었는데 이곳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곳이어서 그런지 어른 3,000원만 내면 되고 아이는 만 12세 미만이라 무료입니다.
버드랜드의 명물인 전기버스를 타고 안으로 이동합니다. 시속 10km/h 도 되지 않을 정도로 느린 속도지만 사진 찍기에는 좋습니다.
체험의 시작은 철새전시관부터입니다. 모형 위주로 구성된 박물관 느낌입니다. 아이들이 알고 있는 새들이 대부분 있어서 반가워하네요. 참고로 2호도 1호가 하도 옆에서 얘길 하니 웬만큼은 아는 편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수리부엉이
오후 2시부터는 해설사 선생님과 함께하는 숲 체험입니다. 쌍안경을 들고 드넓은 버드랜드 안팎의 새들을 관찰합니다. 이곳의 특징은 좁은 곳에 가둬놓고 새를 관찰하는 곳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런 이유로 새를 가까이서 보기 쉬운 곳은 아닙니다. 예전에 갔던 버드파크와는 대조적인 곳이었죠.
대신철새도래지라는 특성을 십분 활용해 넓은 공간을 새들이 찾아오고 싶게 만들고 평야에 있는 새들을 관찰하기 쉬운 고지대에 이 버드랜드를 만든 것이었습니다.
먹이주기 체험도 하는데 케이지 안에 있는 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방식이 아니라 먹이가 되는 볍씨를 평상에 부어두면 근처의 나무에 숨어있는 녀석들이 먹으러 온다고 하네요.
먹이주기 체험
숲이다 보니 산모기들의 집요한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1호는 다리에만 27군데를 물렸으니까요. 하지만 선생님께서 아카시아 줄기를 머리끈처럼 묶어주셔서 2호는 기분이 살짝 나아졌습니다.
아카시아 줄기 머리끈
숲 체험을 마친 뒤에 슬슬 체력이 떨어지는 느낌이지만 아이들은 아직 쌩쌩합니다. 총 6개의 도장을 찍어야 하는 스탬프 투어를 완수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입니다.
도장은 찍는 것이 제 맛
이 스탬프 투어는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했지만 금세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이 버드랜드의 면적이 상상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넓었기 때문이죠.특히 4번 놀이터, 5번 식물원을 보면서 단말마의 신음소리가 흘러나왔죠.
놀이터에 도착하니 또 놀기 시작합니다. <웬만하면 그들을 막을 수 없습니다> 분명히 도장만 찍고 오겠다 했거든요. 분명히 그랬습니다.
놀이터 도착 전에 약속했는데
놀이터에 도착하고 놀이터를 보고 난 뒤
눈이 뒤집힌 녀석들....
놀이터를 전세 내서 신나게 논 뒤 자생식물원까지 구경하러 갑니다.
이제 마지막 코스인 둥지전망대에 도착합니다.
'드디어 이제는 이곳에서 나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저도 신이 납니다.
전망대에 올라가 보니 위에서 내려다보는 서산의 풍경은 참 아름답습니다.특히 결실을 앞둔 익어가는 논이 보여주는 형형색색 빛깔과 푸르는 하늘 그리고 짙은 색의 나무들은 그 어떤 그림으로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전망대에서 사방으로 찍은 풍경사진
결국 둥지전망대를 마지막으로 해서 버드랜드 투어 및 스탬프 투어까지 마무리합니다. 데스크에서 완성된 스탬프 투어를 확인하면 소정의 기념품을 주시는군요.
이곳을 방문해서 왜가리, 황새, 참새 등 여러 새를 만나긴 했지만 다양한 종류의 새를 가까이서 본 것은 아니라 어른도 아이도 약간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경주나 오산에 있는 버드파크 같은 새 동물원에 갔던 것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죠.
하지만 인간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소중한 가치인 자유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새들에게도 자유가 소중하지 않겠냐며 아이와도 대화로 이 부분에 대한 토론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되어서 여러모로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