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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5일장 탐방기

언제나 즐거운 시장 구경

by 페르세우스



아이들의 진해 친가 방문 이야기 3탄입니다.



1탄

https://brunch.co.kr/@wonjue/359


2탄

https://brunch.co.kr/@wonjue/364





토요일 새벽에 귀향해서 일요일 오전에 상경하는 1박 2일의 짧다면 짧은 진해 친가 방문은 아침식사를 마친 후 마무리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고민과 논의 끝에 예정과 다른 일정을 추가합니다. 바로 오일장 방문입니다.

Oil 아닙니다~

Five day market입니다.

제 고향 진해에는 유서 깊은 오일장이 있는데 바로 경화장이라고 불리는 38장(3일과 8일에만 열리는 시장) 입니다.

친가에서 내려다본 아침바다 풍경



원래는 아침을 먹은 뒤에 교통체증을 우려해 곧바로 집으로 갈 계획이었습니다. 제가 교통체증을 정말 싫어하거든요. 하지만 할아버지와 아이들의 강한 의지를 반영해 계획을 바꾸게 된 것이죠.

sticker sticker


아이들은 지금까지 재래시장에는 자주 다녀봐서 구경을 많이 해왔지만 오일장에는 태어나서 아직까지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왜냐?!

저 역시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로 12년이 넘도록 오일장 자체를 구경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조차도 궁금한데 아이들이라고 왜 궁금하지 않겠습니까? 마트에 가서 장보는 것을 즐기는 제가 시장의 유혹을 그냥 지나치기란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오일장의 입구, 평소에는 매우 한산하다



친가에서 시장의 입구까지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입니다. 평소에는 차 두 대가 다니는 이차선 도로지만 장이 서는 날에는 가판대와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로 엄청 북적북적해집니다.

약 600미터에 이르는 거리에 형성되는 시장



뜻하지 않게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둥이들까지 총 여섯 식구'시장 특공대'가 각자의 마니또와 함께 손을 잡고 룰루랄라 하면서 시장 안으로 구경을 하러 들어갑니다.




일단 과일 친구들을 먼저 소개할게요. 어른 주먹 두 개 이상은 될 법한 슈퍼 복숭아부터 이번 여름에 보기가 힘들었던 포도, 자두도 눈에 띕니다. 먹음직스러운 사과는 바야흐로 수확의 계절이 다가왔음을 알려줍니다.

특히 항상 마트를 갈 때마다 가격표를 보면서 고민을 하게 만들던 샤인머스킷도 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가격이 싼 편입니다. 당연히 사야죠.




바다와 붙어있는 진해는 해산물의 품질로 따지면 다른 지역에 비해 전혀 뒤처지지 않습니다. 산지에서 가까운 이유 때문인지 서울에서 제가 자주 다니는 재래시장에 있는 수산물보다 싱싱해 보이고 종류도 많습니다. 당연히 가격도 저렴합니다.


특히 시장에서도 보기 쉽지 않다는 살아있는 가물치를 보면서 많은 아저씨들이 잠시 눈길을 멈추다 지나갑니다. 가물치 하면 힘이죠!! 모두 마음이 비슷한 모양입니다.




진해 근처는 농지도 많은 편이어서 싱싱한 채소와 야채도 다양하게 등장합니다. 비싸게 사서 먹던 연근이 저렇게 뭉텅이로 파는 걸 보니 생활물가라는 표현이 새삼 마음에 와닿습니다.




군침을 흘리게 만드는 다양한 밥도둑, 반찬들도 눈에 띕니다. 방금 만들어서 따끈따끈해 보이는 어묵부터 족발, 함박스테이크까지 저의 구매욕구를 강하게 자극합니다. 지갑이 계속 나오고 싶어서 들썩들썩거립니다. 서울로 올라가는 길만 아니었다면 분명히 샀을 것 같네요. 특히 제가 제일 사랑하고 애용하는 반찬가게는 자극적인 비주얼을 뽐내며 소비자들을 유혹합니다.




본디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인 주전부리의 황태자는 떡이었습니다. 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녀석들이 옥수수나 뻥튀기 같은 친구들이었죠. 하지만 그 아성에 도전하는 신흥강자들이 오일장에도 나타나기 시작했으니 바로 수제 과자와 빵입니다. 위풍당당하게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것을 보니 평정심을 유지하던 제 마음이 흔들립니다. 때마침 공복이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주전부리계의 전통적인 강자들


주전부리계의 떠오르는 신흥강자들




오늘부터 만원이지만 아마 오일 전에도 만원이 아니었을까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만 이 정도의 과장광고는 전통적인 오일장에서는 관례적으로 허용해줍니다. 다양한 종류의 패션 아이템들을 보면서 동묘시장처럼 득템을 기대해보지만 짧은 시간 동안의 스캔을 통해 제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없네요.




몸의 건강을 챙겨주는 차 종류들도 있고

마음의 건강을 챙겨주는 식물들도 보입니다.

다만 늘 문제는 가격이 얼마인지를 물어보지 않고 곧바로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점이겠지요.




한 시간에 가까운 오일장 탐구생활은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오일장 구경을 한 아이들도 슬러시 하나를 쪽쪽 빨아먹으며 만족감을 표현합니다. 호떡, 과일, 김 등 다양한 물품들을 구매했더니 먹지 않아도 든든한 기분입니다.


이 시장을 린 시절부터 20년 동안 보며 자라왔는데 제가 다시 보러 와 줄 때까지 그 자리에서 기다려줘서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줘서 또 고마운 마음이고요.


헌 것들을 모두 새것으로 뜯어고치고 바꾸는 것이 마냥 발전과 혁신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소중하고 따뜻하며 신나며 마치 처음 하는 것 같았던 오일장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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