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기자 사이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이들이 얼마 전 자신들이 작성한 기사를 업로드했다. 첫째는 새에 대한 내용을 썼고, 둘째는 과자의 과대포장을 주제로 다뤘다. 본인들의 기사를 읽으며 스스로 뿌듯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필자도 함께 기쁨을 나눴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인디언 기우제처럼 끊임없는 설득의 연속이었다. 경제적인 외적 보상이나 으름장 같은 방식으로 하게 만드는 것은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다. 이렇게까지 하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단언컨대 글쓰기는 취미생활처럼 단순히 선택의 영역이 아닌 미래 사회에 아이들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기사 작성까지 가능한 글쓰기 수준까지 오기 위해 가장 기초가 되는 활동은 단연코 매일 쓰는 일기였다. 일기는 아이의 글쓰기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경험이지만, 많은 부모들이 지도가 어렵다고 토로하는 분야 중 하나이다. 어떤 부모는 필자가 지금까지 매일 글 쓰는 삶을 살기에 유전이나 환경적인 영향이 컸을 거라고도 한다. 하지만 아이가 단지 그 모습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깨달음이 생기고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습관은 결국 자신이 행하는 쉼 없는 반복을 통해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일기를 쓰도록 하기 위해서는 간단한 세 가지 원칙만 있으면 된다. 첫째, 같이 앉아 있는다. 둘째, 뭐가 되었든 함께 쓴다. 셋째, 지적하지 않는다. 보통의 어린아이는 앉아 있는 것조차 고역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부모가 같이 앉아서 함께 쓰면 아이가 연필을 잡고 쓰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그리고 아이의 글은 어른이 봤을 때 글씨, 띄어쓰기, 맞춤법, 단어 등 고쳐주고 싶은 것이 차고 넘친다. 지적하고픈 마음이 샘솟더라도 잠시만 미뤄두고 칭찬만 해주자. 조금씩 쓰는 습관이 자리 잡고 탄탄해지면서 자연스레 개선되기도 하고, 그래도 아쉬운 부분은 표현을 순화해서 조언해주더라도 늦지 않다.
일기가 습관이 된다면 단어 뽑기를 통한 간단한 글쓰기 놀이도 좋다. 쉬운 단어 위주로 무작위로 아이와 정해서 메모지에 적어 통에 넣은 뒤 몇 장을 뽑는다. 거기에서 뽑은 단어를 사용해서 짧은 문장이나 글을 써보는 것이다. 이 활동이 좋은 이유는 아이가 숙제로 여기지 않고 부모와의 놀이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활동처럼 여기니 아이가 먼저 하자고 말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냉장고', '선생님', '산'이라는 단어를 뽑아 문장으로 만들라고 하면 어른도 쉽지 않다. 그렇지만 이런 활동은 쓰는 경험에 대한 저항감도 낮추고 창의력이나 순발력까지 길러줄 수 있으니 충분히 도움이 되는 활동이다.
아이들이 앞으로 겪어야 할 학사과정에는 우리 시대와는 달리 써야 하는 활동이 훨씬 늘어났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시행 중인 수행평가는 대부분 글쓰기 형식이다. 프랑스의 대입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를 우리나라에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어른이 되어서도 제안서, 기획서, 보고서 같이 글로 표현해야 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책을 많이 읽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결코 자신의 온전한 지혜가 되었다고 볼 수 없다. 꾸준한 독서와 더불어 글쓰기까지 부지런히 익혀나간다면 아이의 미래는 훨씬 더 탄탄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