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으시지 않으실 수도 있겠지만 전 얼마 전까지 제 사무실에서 나름대로의 인싸였습니다.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자랑을 하려고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자발적인 아싸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7년 동안 다른 부서에서 근무를 하고 새로 인사이동을 통해 옮겨온 사업소는 생소했습니다. 업무도 확 바뀌었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바뀌다 보니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이 필요했습니다. 모르면 찾아보거나 물어봐야 하는데 저는 효율성을 위해서 뻔뻔하게 물어보는 것을 후배에게 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늘 적극적으로 사람을 사귀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비록 나이가 중고참 수준인 선배지만 웃는 얼굴에 침을 못 뱉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동료들과의 소통을 위해 활용했던 것이 낮시간 티타임이었습니다.
수시로 업무용 메신저를 통해 일을 하면서 점심시간에 만날 직원들을 모집(?)하곤 했습니다. 얼마 전까지 4인 이상 집합 금지령이 유지될 때는 4명이 모이면 마감을 하곤 했죠. 그렇게 일주일에 세 번은 그렇게 사람들과의 친분을 쌓아나갔습니다. 제 티타임은 한 주에 같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현재 근무하는 건물에 있는 직원 중에서 저와 업무상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직원은 못해도 2/3 이상은 차를 함께 마신 경험이 있을 정도였죠. 그 효과는 작지 않았습니다. 아직 적응기간이다 보니 익숙해지지 않은 업무가 많았는데 좀 더 매끄럽고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추석 이후부터는 상황이 좀 바뀌었습니다. 글을 써야 하는 일들이 늘어나면서 현실적으로 저녁시간이나 야간에 쓰는 걸로는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잦아진 것입니다. 피곤해서 일찍 자는 날이 늘어난 것도 문제였습니다. 결국 이런 날들이 몇 번 쌓이다 보니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었습니다.
고민 끝에 얻은 해결책은 점심시간을 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치면 원래는 사전에 약속된 직원들과 만나서 차를 마시러 가고는 했는데 이제는 조용히 사무실로 올라와 글을 쓰는 것이죠. 온전하게 40~50분의 시간을 쓰다 보니 확실히 저녁시간을 활용하는 부담은 덜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본의 아니게 사람들과의 소통이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불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을 만나면서 요즘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듣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무슨 일들이 있으면 저한테 물어봐야겠다고 하는 분들이 계실 정도였으니까요. 사내기자활동을 한 습관이 있어서인지 차를 마실 때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꼭 물어보고야 마는 성격이다 보니 민감한 질문을 에둘러서 하고야 맙니다. 이렇게 살다가 템플스테이를 온 것처럼 낮시간을 조용하게 보내게 되었으니 어찌 좀이 쑤시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가끔은 제 스스로 결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안에서 소외되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낮시간을 글을 쓰게 되면서 얻게 된 장점들도 많습니다. 시간을 조금 더 건설적으로 보낸다는 생각이 들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과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하다 보면 남의 이야기를 어쩔 수 없이 하게 됩니다. 당연히 즐거운 이야기보다는 흉이 많을 수밖에 없죠. 엄청나게 대단한 이야기 같지만 보통은 굳이 알 필요가 없는 내용들입니다. 남의 이야기를 하면서 쓰는 신경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는 것도 나름대로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원체 정신이 없지만 만약에 바쁜 시기가 끝나면 다시 원래 사람들과 어울리던 때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됩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는 것이 정말 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지에 대한 답을 안타깝게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한 줄 요약 : 높은 사교성과 인간의 행복은 과연 비례하는 것인가?! 그것이 나는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