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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Dec 26. 2022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이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의 <XIX. 아가멤논과 화해하는 아킬레우스> 편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중략) 그 책임은 나에게 있지 않고 제우스와 운명의 여신과 어둠 속을 헤매는 복수의 여신에게 있소이다. 아킬레우스에게서 내가 손수 명예의 선물을 빼앗던 그날 바로 그분들이 회의장에서 내 마음속에 사나운 광기를 보내셨기 때문이오. 신이 모든 일을 이루어놓으셨는데 난들 어쩌겠소?"


 이 대목은 아가멤논이 아킬레우스와 화해하고 다시 사기를 끌어올리며 트로이전쟁에 대한 결의를 다시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그리스 군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자신과 아킬레우스와의 불화를 자신의 불찰과 편협함이 아닌 신들의 농간 때문이라고 말하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변명을 합니다. 사실은 아킬레우스가 자신을 총사령관으로 인정하지 않고 제멋대로 구는 것에 대한 보복으로 치졸한 행동을 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말이죠. 


 물론 그 시대에는 모든 문제들을 신과 결부시켜서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잘못을 멋지게 인정하기보다는 끝까지 남 탓을 하는 대사를 보며 작가의 의도가 많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그런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제가 최근에 쓴 글처럼 눈 치우기 작업으로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지만 회사 생활에서 그 사람의 인성에 대해 가장 잘 알 수 있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인사이동, 감사(監査), 민원입니다. 


 요즘 시기가 회사 내 인사이동이 순차적으로 진행 중인 시즌이다 보니 직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눌 때면 인사이동에 대한 주제가 대부분입니다. 누가 어디로 이동할지에 대한 추측을 하기 바쁜 것이죠. 왜냐하면 인사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이상하게 계속해도 지루하다고 느끼질 않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와 같은 부서에 누가 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보다는 누가 내가 일하는 부서로 오지 않았으면 한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게 됩니다. 그건 부서의 분위기를 해치는 사람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게 기피하고 싶은 직원들은 비슷한 점들이 많습니다. 


선배라고 해서 특별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뿐더러

민원이 발생하면 나 몰라라 하고 

자신의 일이 많다고 투덜대며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잘못 보다는 남 탓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출처 : http://www.m-economynews.com/news/article.html?no=23434



 크게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가 장기적으로 누적되어 왔다는 공통점도 있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런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원치 않지만 듣게 됩니다. 물론 저는 이야기를 함께 하는 사람들과 있기에 제 평판이 어떤지는 모릅니다. 어디선가 다른 자리에서 제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그나마 다행인 사실은 제가 업무능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하면 회사 내의 평판이 망가지는지를 알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적어도 뭘 해야 하고 뭘 하지 말아야 할지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요.


 어찌 되었든 이번 인사이동이 크게 잡음이 일어나지 않고 마무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부분의 조직이 그렇듯 회사생활을 하는 15년 동안 인사이동이 시끄럽지 않게 넘어간 경우가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으니까요. 


한 줄 요약 : 직장에서의 평판은 아주 잘 관리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바닥으로 추락해버리는 순간 회복하기란 정말 어렵다.


대문이미지 출처 : https://www.ccreview.co.kr/news/articleView.html?idxno=92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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