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비록 왼손잡이로 태어나지는 아니하였소만...

노력하면 결국은 될지어니~!

by 페르세우스



저는 전형적인 오른손잡이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세상에 오른손잡이 밖에 없고 왼손으로 뭐라도 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습니다. 글씨부터 젓가락질까지 모두 오른손잡이만 있는 줄 알았죠.


오죽하면 왼손잡이(패닉)라는 노래까지 나왔을까요. 살펴보면 세계적으로도 왼손잡이의 비율은 높지 않은데 특히 우리나라는 그 비율이 높지 않습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왼손잡이도 존재하며 양손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깨닫게 된 것은 어른이 되고서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습니다.


오른손은 좌뇌와 관계있고 왼손은 우뇌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두 손을 쓰는 악기를 배우면 두뇌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죠.

일반적으로 손을 쓰는 활동 중에서 가장 뇌에 도움이 되는 활동은 바로 손글씨입니다.




글 쓰는 활동을 따로 하고 있지만 따로 손글씨로 필기도 하고 있기에 이 대목에 대해 평소 깊은 관심을 가지게 있었습니다.


제가 충 평균을 내어보니

일기는 평균 600자

필사는 평균 600자

국사필기를 했을 때는 평균 300자

회사의 업무일지를 쓰면 100~200자

정도를 손으로 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에 적게 쓰면 1,200자부터 많이 쓰는 날은 하루 1,600자를 쓰고 있는 것이죠. 기가 밀리는 날은 세 개를 한꺼번에 적어본 날도 있으니 2,000자를 넘게 적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팔이나 어깨에 시간이 갈수록 부담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소 칫솔질 정도는 왼손으로 해왔지만 오른손 쪽의 활동이 절대적으로 많다 보니 제는 무언가 대책을 세워야 할 때가 된 것이죠.




그런 와중에 브런치 이웃이신 @고마나 작가님의 글을 읽고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제 왼손으로도 글을 쓸 때가 되었다고 말이죠.

https://brunch.co.kr/@gomana/147




그런데 깨달음을 바로 행동으로 곧장 옮기지 못했습니다. 막상 일기나 필사를 쓸 때 손으로 하는 것이 망설여진 것이죠. 제가 보기보다 이런 쪽에 한해서는 깔끔한 성격이었기 때문입니다.




왼손으로 한번 써본 쓴 글씨는 생각보다 지나치게 괴발새발 하여 도무지 일기나 필사노트에 쓸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제 결심이 세워지자마자 순식간에 흐트러지는 듯했죠. 그때 때마침 새로이 제게 생각난 대체재가 바로 디지털시대이지만 회사에서 수기로 써야만 하는 이 업무일지입니다.


생각난 김에 바로 연습 삼아 정성을 다해 써봤는데 정말 처참한 수준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의 글씨 같네요. 오른손으로 쓸 때보다 시간은 두 배로 걸리고 손에 땀까지 납니다. 답답하기는 또 이를 데가 없고요.


제가 아이들에게 글씨 예쁘게 써야 한다고 잔소리를 할 때 아이들도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기도 합니다.

난 왼손잡이야~~~~




그래도 천천히 써도 되며 틀리면 수정테이프를 써도 되고 분량도 많지 않으니 제게는 연습하기에는 안성맞춤이어서 참 좋네요.


아직은 매우 미진하고 서투르지만 연습을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이 글씨를 보여주면 엄청 놀림받을 것 같지만 뭐든지 도전한다는 점을 가르치기에는 좋을 듯합니다.


한 줄 요약 : 새로운 도전이란 건 의외로 그리 거창한 것들이 아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운동을 못하게 하려는 몸의 반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