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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배

이 배에서는 상어도 잡을 수 있구나..

by 페르세우스



이번 사이판 가족여행은 전반적으로 큰 문제는 없었지만 큰 위기를 자초한 옥에 티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패러세일링을 하겠다고 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물을 싫어해서 물속에 들어가느니 차라리 하늘을 나는 것을 하겠다고 한 것이 화근이었죠.

선착장에 도착해서 배를 타고 사이판 제도의 마나가하섬으로 갈 때까지만 해도 저는 아무런 생각도 없었고 어떤 일이 펼쳐질지 깨닫지 못했습니다.



제가 그네만 타도 멀미를 하는 사람이라는 걸 잊고 있었던 것이죠. 패러세일링이 작은 보트에 낙하산을 연결해서 타는 익스트림 스포츠였던 것입니다. 낙하산에 연결되어 하늘을 나는 사진만 봤으니 출렁임이 심한 보트를 타야 한다는 사실을 놓쳤던 것입니다. 배를 탈 때까지만 해도 그 정도일 줄은 몰랐지만 배를 탄지 1분도 되지 않아 저는 심각한 멀미를 겪기 시작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패러세일링을 하는 사람은 여섯 명뿐이었고 아이들이 있어서인지 저희 가족은 네 명이 한꺼번에 타게 되었습니다.




하늘 멀리 날아오르는 쾌감은 잠시동안은 참 좋았습니다. 안타깝게도 배를 탈 때 느꼈던 멀미는 하늘로 올라간다고 갑자기 덜해지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었죠. 두 번째 팀의 패러세일링이 끝나고 저는 산송장이 된 채 선착장에 던져졌습니다. 짐을 둔 벤치에 누워 요양을 취해야 했죠.


근처에 낚시투어를 하는 배도 있었지만 언감생심입니다. 예전에 아이들과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만 원짜리 낚시 투어를 간 적이 있었는데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유일한 팀이 저희였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낚싯배는 아픈 손가락이었죠. 잠시 고민을 하긴 했지만 금방 마음을 접습니다. 배를 한 번 더 탔다가는 누가 저를 들쳐업고 돌아가야 할테니까요.




1호가 이번 여행에 탔던 배가 생각이 났는지 레고로 낚싯배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1호에게 낙하산을 연결시켜 줄 수 없냐고 물어보려다가 말았습니다. 그때 1호는 너무 무서워서 기절을 했다고 했거든요. 언젠가는 넓고 평평하고 멀미도 없는 배에서 낚시로 물고기를 잡기를 소망해 봅니다. 그리고 패러세일링은 이제 절대 다시는 안 할 거고요.


한 줄 요약 : 배랑 나랑은 정말 맞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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