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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Feb 21. 2023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실없는 이야기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 중 하나가 보고 듣고 읽는 모든 것에

왜?!

라는 의문을 가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아이들의 궁금증은 스스로 찾아보게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가 생기면 부모가 알려주고 부모도 모른다면 검색을 비롯한 인터넷을 이용해서 해결하죠.


 아이가 어릴 때는 "왜요?"라는 말에 당황하곤 했습니다. 끝없이 궁금증에 대한 설명을 해줘야 했으니까요. 오늘 저도 세차를 하러 가서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갑작스럽게 끝없이 꼬리를 무는 실없는 생각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졌습니다.




01. 와, 세차장에 차들이 너무 많다.

02. 차 한 대를 씻는데 대체 물이 얼마나 들어가는 거야?

03. 저 더러운 물을 깨끗이 하는데도 비용과 에너지가 들어가겠지?

04. 세차를 이렇게 자주 꼭 해야 하나?

05. 차가 더러워지지 않기 위해서는 차를 안 타면 되잖아

06. 차를 안 타면 환경은 보호되지만 인간이 불편해지니 안 되겠네.

07. 환경을 지키려면 차만 안 타는 것이 아니라 일회용품도 줄여야지.

08. 오늘 재활용품 버리는 날인데 이번 주는 많이 나와서 한 번에 버리지 못하겠네.

09. 우리 아파트만 해도 일주일에 수백 kg은 나올 텐데

10. 그렇다면 전국적으로는 얼마나 많이 나온다는 소리야?

11. 결국은 인간이 많아질수록 환경과 지구는 더 오염되잖아.

12. 아이를 더 많이 낳을수록 환경은 더 오염될 수밖에 없지 않나?

13. 우리나라도 결국 출산율은 줄었지만 인구는 늘었잖아.

14. 60억 명이었던 인구도 이제는 80억 명이래.

15. 환경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16. 과연 지구를 지킬 수는 있는 걸까?

17. 타노스(어벤저스의 악당)의 망상처럼 생명체의 반이 없어지면 환경은 지킬 수 있을까?

18. 그렇게 해서 환경을 지킨다면 그건 의미는 있는 것일까?

19. 그런데 환경문제가 이렇게 심각하지만 왜 국가와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까?

20. 여기서도 자본주의 시장논리가 적용되는 거겠지?

21. 아, 이제 세차 끝났네.. 집에 가서 밥이나 먹자.




 어찌 보면 하나마나하고 영양가도 없는 생각들짧은 대기시간을 보냈더니 괜스레 머리가 더 복잡해지고 심란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비관론자는 아니었지만 오늘의 꼬꼬생(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좀 칙칙했네요. 시간이 흐르고 오후에 처음으로 그때 기억의 흐름을 따라 생각나는 대로 정리를 한 번 해봤는데 실소가 절로 나오네요. 는 알고 보면 4차원인 걸까요?

 그래도 모든 위대한 변화 역시 이런 생각들에서 나왔다고 위안해 봅니다.  



한 줄 요약 : 귀 선생님, 상력이 많으면 진짜 인생이 고달픕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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