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교대근무를 들어가기 위한 특수건강검진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가 도착해서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신장(키)에 대한 부분이 저를 씁쓸하게 만들었습니다. 검진을 하는 날 신장과 체중을 측정할 때 허리와 목을 있는 힘껏 펴고서 측정기 위에 서 있었습니다. 막대기가 머리를 쿵하고 치고 올라가고 나서 숫자를 보니 제가 예상했던 수치보다 좀 적게 나온 것이죠.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출근을 해서 몇 년치의 건강검진 데이터를 보니 몇 년에 걸쳐서 야금야금 키가 줄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키를 재고 나서 간호사가 갑자기 제 얼굴을 살피며 "다시 측정하시겠어요?"라고 물었는데 다시 해볼걸 그랬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은근히 그런 경우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돈을 잃은 사람보다 더 억울한 자가 키 잃은 자요.
사무실에서도 이 주제로 갑론을박이 있었습니다. 과연 키는 줄어드는 것인가 하고 말이죠. 당연히 답은 0입니다. 뼈도 나이가 듭니다. 뼈와 뼈 사이에 있는 디스크가 얇아지면서 신장도 자연스레 나이가 들면서 반대로 감소한다는 이론이었죠.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더 신박한 이론도 추가로 나왔습니다. 머리숱이 갈수록 적어지면서 그동안 머리카락이 신장에서 차지해 줬던 두께만큼도 함께 얼마간은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어찌 되었든 키에 대한 결과는 나이 듦의 서글픔에 대해 다시 절감하며 마무리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그리 큰 키도 아닌데 거기서 또 줄어든다고 하니 좀 서운하긴 합니다.
그림만 봐도 우울합니다
키는 야금야금 줄어들고 있음에도 다행히도 다른 건강지표들은 전반적으로 괜찮은 편이라서 안심했습니다. 심뇌혈관질환 위험성 평가에서는 나쁘지 않은 수치를 받은 거죠.
그렇지만 신체활동의 횟수나 음주, 흡연 항목은 자가진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평가에 마냥 기뻐해야 할 일인지 살짝 의문스럽기는 합니다.
어찌 되었든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숨이 아닌 꾸준한 관리 또 관리 밖에 없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