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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Mar 03. 2023

이보게, 관상가 양반~ 쌍둥이가 농사꾼이 될 상인가

오랜만의 삼대가족 여행 1탄



 지난 며칠 동안 특별하고 특별한 가족여행을 했습니다. 남자 셋만 친가인 진해로 내려가 하루 묵은 뒤 부모님을 모시고 충주의 수안보에 있는 리조트에서 이틀을 는 일정입니다.




 이 3박 4일의 일정은 평일이 끼어있어서 휴가가 필요했는데 아내는 회사의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아내를 포함해 여섯 명이 되었다면 한 대의 차로 먼 거리를 움직이기는 어려웠을 테니 아내의 잠시동안의 부재가 이 여행을 만들어준 셈이기도 합니다.


 사실 아버지께서는 비행기는커녕 차를 몇 시간만 타도 부쩍 힘들어하시는지라 수도권에 사는 아들 네도 오실 때 어려움을 호소하십니다. 그러다 보니 여행을 추진하는 것도 언감생심이었죠.


 이번에 추진한 수안보 여행은 이동 거리가 두 시간 반 밖에 되지 않았으니 그나마 적당한 거리였던 셈입니다.

 제가 그리 대단한 효자는 아니지만 사이판에 다녀오면서도 마냥 마음 한편이 무거웠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런 인원구성으로 함께 시간을 보낼 기회가 많지 않았던 지라 번 여행은 여러모로 의미 있었죠.




 단 친가인 진해로 내려가서 하루를 보냅니다. 친가로 내려갔을 때는 언제나 그랬듯 텃밭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첫날 아이들은 농장 구경 밖에 못했습니다. 농기였기에 딱히 할 일이 없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렇게 산책만 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2호가 일기를 쓰면서 저를 슬쩍 부릅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싶더니 "오늘 텃밭에 갈 때 기대를 많이 했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와서 아쉽고 속상해요."


 알고 보니 2호 혼자만의 마음도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의 농장사랑은 진심이었던 게죠. 결국 2호가 직접 할아버지께 불만사항을 접수했고 다음 날 여행지로 이동하기 전에 아침 일찍 다시 한번 농장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올라가서 밭 고르기를 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의 밭일도 도와드리기도 하고 농장 안에 설치해 놓은 그네도 타면서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뒤에서야 아이들의 표정도 한결 더 행복해졌습니다.

 그러면서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몰랐다는 사실을 반성하며 더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한편으로 들었습니다.


이제 번 일정의 가장 중요한 목적지인 수안보를 향해 출발합니다.


한 줄 요약 : 아빠는 네가 농부가 되고 싶다고 해도 정말 괜찮아, 네가 진짜 즐겁고 행복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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