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동안 특별하고 특별한 가족여행을 했습니다. 남자 셋만 친가인 진해로 내려가 하루 묵은 뒤 부모님을 모시고 충주의 수안보에 있는 리조트에서 이틀을 묵는 일정입니다.
이 3박 4일의 일정은 평일이 끼어있어서 휴가가 필요했는데 아내는 회사의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아내를 포함해 여섯 명이 되었다면 한 대의 차로 먼 거리를 움직이기는 어려웠을 테니 아내의 잠시동안의 부재가 이 여행을 만들어준 셈이기도 합니다.
사실 아버지께서는 비행기는커녕 차를 몇 시간만 타도 부쩍 힘들어하시는지라 수도권에 사는 아들 네도 오실 때 어려움을 호소하십니다. 그러다 보니 여행을 추진하는 것도 언감생심이었죠.
이번에 추진한 수안보 여행은 이동 거리가 두 시간 반 밖에 되지 않았으니 그나마 적당한 거리였던 셈입니다.
제가 그리 대단한 효자는 아니지만 사이판에 다녀오면서도 마냥 마음 한편이 무거웠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런 인원구성으로 함께 시간을 보낼 기회가 많지 않았던 지라 이번 여행은 여러모로 의미 있었죠.
일단 친가인 진해로 내려가서 하루를 보냅니다. 친가로 내려갔을 때는 언제나 그랬듯 텃밭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첫날 아이들은 농장 구경 밖에 못했습니다. 농한기였기에 딱히 할 일이 없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렇게 산책만 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저녁을 먹고 나서 2호가 일기를 쓰면서 저를 슬쩍 부릅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싶더니 "오늘 텃밭에 갈 때 기대를 많이 했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와서 아쉽고 속상해요."
알고 보니 2호 혼자만의 마음도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의 농장사랑은 진심이었던 게죠. 결국 2호가 직접 할아버지께 불만사항을 접수했고 다음 날 여행지로 이동하기 전에 아침 일찍 다시 한번 농장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올라가서 밭 고르기를 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의 밭일도 도와드리기도 하고 농장 안에 설치해 놓은 그네도 타면서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뒤에서야 아이들의 표정도 한결 더 행복해졌습니다.
그러면서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몰랐다는 사실을 반성하며 더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한편으로 들었습니다.
이제 이번 일정의 가장 중요한 목적지인 수안보를 향해 출발합니다.
한 줄 요약 : 아빠는 네가 농부가 되고 싶다고 해도 정말 괜찮아, 네가 진짜 즐겁고 행복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