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월요일 마침내 자동차로 3시간에 걸친 이동 끝에 수안보에 도착했습니다. 체크인을 한 뒤 가족들은 짐을 풀었습니다. 원룸형태의 방인데 그리 넓은 편은 아닙니다. 일단 도착을 했으니 밖으로 나와 주위를 둘러보며 시설들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충주 수안보는 온천으로 유명하고 한때는 국내관광지로는 꽤 이름을 날렸습니다. 대표적인 효도여행의 메카였지요. 하지만 예전의 영광은 온데간데없고 황량한 느낌이 많아서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일단은 찬찬히 둘러보며 건물 뒤에 있는 공원 산책로 쪽으로 올라가 봅니다.
그런데 가벼운 산책로인 줄로만 안 길은 생각보다 경사나 거리가 꽤 만만찮다는 걸 금세 깨달았습니다.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데 왕복 1시간 반이나 걸렸으니 등산 수준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네요. 덕분에 저녁 먹기 전에 어른도 아이도 운동을 제대로 했습니다.
구내식당에서 식사도 하고 숙소에 있는 목욕탕에 가서 목욕도 하며 할아버지의 등도 밀어드리고 재미있게 놀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늦어져서 잠자리에 들기로 합니다. 창가 쪽에서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2호, 1호의 순으로 자리를 정했습니다. 방은 침대가 따로 없는 온돌식 구조라서 바닥에 침구를 깔아야 하는데 다섯 명분의 이부자리를 펼쳐보니 방이 가득 찹니다. 좁은 느낌이어서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긴 하겠지만 오손도손 다닥다닥 함께 붙어서 자는 것도 나름대로의 추억이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이번 주는 생일 주간이고 효자모드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나름대로 열심히 만들어놓은 행복회로는 첫날밤을 지내고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코골이 삼인방 때문이었는데요. 1차 시기에는 할아버지가 코를 골고 2차 시기에는 아빠가 코를 골았으며 그 뒤에는 둥이 중의 한 녀석이 골았다고 합니다.
할아버지가 코를 골 때는 아빠와 아이들이 못 자고
아빠가 코를 골 때는 아이들이 못 자고
둥이가 코를 골 때는 할아버지가 못 잤다고 하는
잠 못 이루는 밤의 대환장파티였던 거죠.
그렇게 모든 가족들은 잠을 설친 채 모두 피곤함을 이끌고 아침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놀라웠던 사실은 세 사람 모두 간밤에 자신이 코를 골았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아침 식사를 하러 온 다른 가족들도 모두 불면증 환자처럼 피곤에 절어 있는 표정을 하고 계신 분들이 많았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 방에 여러 명이 함께 자다 보니 저희 가족과 상황이 다를 바가 없었던 거죠.
둘째 날에는 근처 관광지라도 나가볼까 했지만 잠도 부족했고 아이들의 개학도 목전이라 무리를 하지 않기로 합니다. 오전에는 부족한 잠도 좀 청하고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체육관에서 다 함께 가서 농구도 하고 배드민턴도 치면서 가볍게 운동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두가 함께 즐긴 배드민턴
다행히 둘째 날은 할아버지나 아빠가 아이들이 깊게 잠들 때까지 기다려줬고 그런 나름의 배려(?) 덕택에 코 고는 소리로 인해 밤잠을 지새운 첫날이 비해서 다들 잘 잤습니다.
그렇게 2박 3일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동생네로 갔고 거기서 아내까지 합류해 열 명의 가족이 오랜만에 함께 모여서 부모님의 며칠 이른 생신파티까지 마무리했습니다.
사실 부모님의 생신이 딱 하루차이거든요. 일명 '부모님의 생신 주간'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어마어마하게 피곤했지만 오랜만에 아들 노릇을 한듯해서 뿌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