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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Mar 12. 2023

둥이들의 6학년 1학기 주간 리포트(1~2주)



 아이들이 6학년이 되고 벌써 2주 차가 지나갔습니다. 3월 2일에 개학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간다고 느껴지니다. 5학년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의 6학년은 왠지 모르게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어른도 그러한데 아이들은 오죽하겠어요.

 전체적으로 5학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들이 있어서 간접적인 경험들을 간단하게 정리를 해보려고 합니다.




 3월 2일이 되고

 개학을 하고 새로운 선생님을 만납니다.

 1호는 엄마가 맡고 2호는 아빠가 맡아서 선생님의 공지나 학교의 알리미들을 관리하기로 합니다. 지금까지는 같은 반이었기에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반이 나뉘었기에 허투루 봐서는 안 됩니다. 다행스러운 사실은 아이들도 그런 점을 알고 알아서 자신이 학교에서 들은 내용들을 잘 챙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선생님도 두 분 다 좋은 분이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물론 선생님에 대한 평판도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판단하지는 않아야겠지만요.   




 3월 3일에는

 아이들이 받아온 각종 동의서를 작성합니다.

 부모가 직접 써야 하는 내용들이 많다 보니 꼼꼼하게 잘 챙겨야 합니다. 진로적성 기초자료를 한 녀석이 5학년 때는 장래희망을 온전히 적어서 제출했는데 마음이 갈대와 같은지 이번에는 '찾고 있음'으로 수정했습니다. 자신이 적었던 장래희망에 대한 관심이 줄었나 봅니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어렸을 때 장래희망이 막연히 '과학자'였으니까요.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진로에 대한 진지한 탐색이 이제는 슬슬 필요해 보입니다. 아이들이 느끼는 혼돈의 시기에 어른까지 함께 휩쓸려 버린다면 결국 행복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미래를 설계할 수 없을 테니까요.  



 

 3월 7일에는

'진단평가'가 있었습니다.

 지난 5학년 때 배운 과목들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보는 일종의 테스트입니다. 가볍게 봐도 되겠다고 생각해서 아이들에게 미리 준비를 시키지 않았는데 평가 당일이 되니 아이들이 걱정되는 모양입니다.

 갑자기 5학년 때의 참고서와 책을 챙겨갑니다. 물론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지만요. 저렇게 걱정하는 줄 알았으면 주말에 책의 차례라도 좀 미리 봐두라고 할 걸 그랬습니다.

 잘하는 아이들을 줄 세우기 위함이 아닌 학력 미달 학생이 있는지 찾기 위한 목적의 평가이기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어쩌면 되려 못 보고 오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지금 겪는 이런 작은 실패들의 경험들이 아이들을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동기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3월 8일 수요일은

 학급 회장선거가 있었습니다.

 아이들과의 긴 토론 끝에 출마하지 않기로 합니다. 대신 2학기 때는 도전해 보기로 했죠. 결과보다는 도전 자체에 의의가 있으니까요. 아이들은 학교에서 활발하게 아이들을 소통하거나 적극적으로 리드하는 성격은 아닙니다. 다만 차분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편입니다. 겪어봐야 진면목을 알 수 있는 편에 속죠.

보통 학급 회장 선거도 1학기는 누가 어떤 아이인지 모르기 때문에 이미지 투표, 2학기는 좀 겪어보고 뽑는 평판 투표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아이들이 수요일 오후에 집에 오자마자 사무실에 있는 제게 전화를 걸어와 학급회장 선거에 대한 충격적인 사실들을 전해줍니다. 일단 한 아이의 반은 전교임원을 했던 아이가 출마했는데 탈락했다는 사실을 전했고 다른 한 녀석의 반은 출마자가 한 명도 없어서 선생님이 설득하고 설득해서 후보자를 만들어 투표를 했다고 합니다. 둘 다 놀랍기는 매한가지입니다.  




 3월 10일 금요일에 

 아이들이 재미난 이야기를 해줍니다.

 학교에서 적응을 좀 했는지 친구들에게 들었다고 하네요. 친구들 중에서 문제를 다 풀어내지 못하면 집에 10시까지 못 가게 하는 학원이 있다고 합니다. 들으면서도 기가 막힙니다. 6학년을 이젠 예비 중1이자 입시전쟁이 시작되는 시기라고 생각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6학년 때까지는 책을 많이 읽히고 최대한 놀 수 있을 때 건수를 만들어서 놀자고 생각하는 제 생각이 옳은지에 대한 의구심이 아주 잠시 듭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이들은 지금도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요.



 3월 12일 일요일에는

 가족회의를 합니다.

 아이들의 시간표와 시간배분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점검을 하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다시 재정비합니다.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들 중에서 과도한 부분을 과감하게 쳐내기로 하고 독서시간을 더 확보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주 동안은 적응기간이라고 감안해서 조금 여유를 주었지만 놀 때는 놀더라도 할 일은 제대로 하자고 말을 해줬습니다. 독서를 통해 집중력이나 문해력을 좀 더 튼튼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아이들도 공감합니다.  




 평소보다 체력적으로 더 힘들어하는 듯해 보이기도 하고 선생님의 차이인지도 모르겠지만 예비 중1 아이들에게 학급에서 지켜야 할 규칙도 더 많아졌습니다. 아마도 내년의 중학교 생활을 연습하기 위해서일까요? 올해가 저나 아이들에게도 여러모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지난 2주는 정신이 없었지만 이제는 공부할 때는 하고 책 읽을 때는 읽고 놀 때는 노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지도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 줄 요약 : 사실 알고 보면 할 땐 하고 놀 땐 노는 게 제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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