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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Mar 28. 2023

같은 땅에서 자라는 나무조차도 꽃 피는 시기가 다른데



 바야흐로 벚꽃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제 고향인 진해에서는 지난 25일(토)부터 군항제가 시작되어 4월 3일(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기온으로 인해 생각보다 빠르게 개화한 벚꽃 빨리 즐겁다가 빨리 보내야 할 듯합니다.

진해에서 날아온 군항제 사진, 올해도 직접 볼 수 없었다!




 제가 사는 서울에도 벚나무가 많은데 어떤 나무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벚나무인지 알 수도 없을 정도로 아직 꽃잎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좀 느린 아이들이죠.




 또 어떤 나무는 이제 조금씩 잎을 밖으로 힘겹게 밖으로 내보내며 아름다움을 뽐내려 하고 있으며,




 어떤 나무는 마치 남부지방의 벚나무처럼 화사하게 만개한 벚꽃로 보는 이들의 눈을 호강시켜 줍니다.




 아마 이 벚나무들은 비슷한 시기에 모두 심어졌을 겁니다. 아파트의 나이가 비슷하니까요. 같은 동네에서 같이 자랐을 텐데 꽃잎이 나는 순서가 천차만별인 벚나무를 보니 학부모총회 때 교장선생님께서 자녀교육에 대해서 해주셨던 말씀이 문득 떠오릅니다.

 내 아이가 '모자라고 부족한 것이 아니라 조금 느릴 뿐'이라는 걸 말이죠. 현명한 부모님들이기에 모두 머리로는 다 알고 있지만 아이들을 기르다 보면 머리에 있는 내용을 말과 행동으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만개한 벚꽃처럼 부러운 남의 자식들이 참 많습니다. 뭐가 다를까 부러워하며 한탄하기도 하죠. 이럴 때는 남들보다 내 아이가 가진 무궁무진한 장점들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내 아이만큼은 좀 더 완벽했으면 하는 마음이 부모욕심이니까요. 아이에게 잠재력이 있지만 그게 아직은 피어나지 못해서 일수도 있다고 믿고 기다려주면 되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꽃을 강제로 피게 할 수는 없다는 걸 깨닫는다면 한결 마음의 조바심이 나아지려나요? 

 혹시 아이가 부모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속상하게 한다면 아이 탓보다는 '결국 내 탓이오!'라고 스스로를 좀 더 되돌아본다면 한결 화가 가라앉으며 두 번 화 낼 일도 한 번 정도로 줄어들 수도 있을 겁니다. 


 인내와 끈기는 아이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도 필요합니다. 좀 더 늦게 피는 벚꽃이 더 튼튼할 수 있고 훨씬 더 아름답고 오래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한 줄 요약 : 결국 참고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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