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이들과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제가 지난번에 다녀왔듯 아차산 트래킹을 다녀오기로 한 것입니다. 아무래도 일요일 아침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아이들을 깨워 나가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여느 가정들처럼 일요일은 9시가 넘어서 일어나는 경우가 왕왕 있었기 때문이죠.
아이들이 이제 중학생도 될 텐데 건강관리를 할 필요도 있었고 작년에 아이들과 일찍 일어나서 아파트를 셋이서 20~30분씩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되살릴 겸 저는 난감해하는 아이들에게 당근을 던졌습니다.
이런 당근을 매일 쓰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가끔 필요한데 이번이 그런 모양이었습니다. 1호는 7시도 되지 않은 시간에 일어났고 2호도 잘 일어나서 삼부자는 8시 반이 되기 전에 집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이른 시간부터 무리할 생각은 전혀 없었기에 천천히 입구까지만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일요일 치고는 이른 시간임에도 벌써 등산을 마치고 오는 사람들을 보며 아이들이 감탄을 합니다. 언제 한 번 새벽시장을 데려가야 하나 생각도 한 번 해봅니다.
여러 마리의 청설모도 구경하고 전주와 연결된 통신선을 길 삼아 이동하는 청설모는 참 영리해 보입니다.
거기에 길에 좌판을 깔고 판매되던 토마토를 몰래 쪼아 먹으려는 직박구리도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합니다.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 어떤 아저씨가 무관심하게 옆으로 성큼 지나가버리는 바람에 아이들의 아쉬움도 커집니다.
아차산 입구의 편의점이 오늘 트래킹의 최종 목적지가 되었습니다. 바삐 나오느라 빈 손으로 나온 삼부자이기에 편의점에서 아무것도 사지 않을 리는 없죠.
생수 한 병
훈제메추리알 한 개
자x시간 초코바 한 개
이렇게 사서 벤치에 앉습니다.
메추리알은 세 개가 들어있어서 하나씩 사이좋게 나눠먹었습니다.
이제 자x시간을 먹어야 하는데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했습니다.
바로 예전 무한도전 무인도 편에서 라면 하나를 끓여서 나눠먹었던 일명 '의리라면'이었죠.
말 그대로 순서대로 먹되 한 번 밖에 먹지 못하며 뒷사람을 위해서 적당한 양을 의리 있게 먹자는 취지의 게임이었습니다.
이 초코바를 그렇게 먹기 시작하면서 저희는 놀랍게도 총 3번씩 9번을 나눠먹었습니다.
남자 셋이서 이게 웬 궁상이냐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그거 얼마나 한다고 세 개 사면 되지 않냐는 분도 계실 테지만
어차피 내려가서 아침을 먹을 계획이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렇게 재화의 모자람, 즉 결핍을 배우게 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였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무언가 가지려고 하든가 되려고 하는 의욕이 많지 않은 이유가 평소 부족한 것이 없어서라는 의견에 찬성하는 편입니다. 이번 기회가 미약하나마 부족함이 뭔지를 배울 수 있었지 않겠나 생각을 했던 거죠.
아이들도 그 취지에 대해서 제가 열변을 토하면서 말해주니 이해를 해주었고 적은 양이었지만 사이좋게 서로 양보하면서 즐겁고 재미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세 개를 사서 하나씩 먹었으면 이만큼 맛이 없었을 거야"라며 고맙게도 제 마음을 이해해 주었습니다.
거창하고 대단한 교육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의미는 있는 교육이었습니다.
한 줄 요약 : 아이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언제든지 가지게 해주는 것이다. -장 자크 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