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셋이서 오랜만에 여행을 왔습니다. 물론 학교는 땡땡이를 치고 말이죠. 충주에 숙소를 잡고 하루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문경으로 구경을 하러 갔습니다. 숙소에서 하루를 보내기에는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이죠. 원래를 계획이 없었지만 즉흥적으로 검색을 해서 찾아갔습니다.
바로 '오미나라'라는 오미자로 와인을 제조하는 양조장입니다.
물론 와인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체험장이라는 이름이 붙어있고 영업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일단은 막무가내로 가봤습니다. J(계획) 형 성향인 제게는 또 하나의 큰 도전입니다.
도착을 하니 입구에서 안내를 해주시는 여사님이 계십니다. 안타깝게도 와인제조는 아이들이 불가능하고 와인시음은 제가 차를 가지고 왔기에 따로 할 수 있는 체험이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런 상황이었지만 감사하게도 제조공장에 대한 안내를 해주십니다.
와인 하면 함께 따라오는 단어인 오크통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무렇게나 만드는 것이 아닌 거죠. 커다란 오크통들이 쌓여있는 것을 보니 와이너리가 이런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커다란 금속통에는 최소한 12개월 이상 오미자를 넣어서 발효를 시킨다고 합니다. 오미자 자체가 당분이 많지 않아서 포도에 비해서 와인으로 만드는데 기간이 원래 오래 걸린다네요.
증류주를 만들기 위한 증류장치도 있습니다. 동으로 된 재질로서 초창기 모델을 유럽에서 들여왔다고 합니다. 꽤 비싸 보이지만 얼마냐고 물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자낳괴(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와인 병을 꽂아놓은 보관함이 보입니다. 수제방식으로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어 보관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이 와인을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했습니다. 샴페인처럼 탄산을 따로 넣는 방식이 아니더군요.
일단 병에 보관한 뒤 탄산이 6.5% 정도가 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병을 뒤집어서 찌꺼기가 밑으로 내려오게 만들고
그 찌꺼기를 얼려서 아래로 빠지게 합니다.
찌꺼기가 빠진 만큼을 다시 와인으로 채우면
스파클링 와인이 완성됩니다.
한 번만에 듣고 기억을 더듬어서 쓰려고 하니 조금 다른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수제와인이라는 것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인지만큼은 알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와인을 판매하는 곳도 안내해 주시길래 제가 좋아하는 달달한 와인으로 하나 구매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국제행사를 할 때 건배주로 자주 선정되었다고 해서 가격대가 높을 듯해서 걱정스럽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시중에 파는 와인과 비교했을 때는 그리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더군요. 거기에 친절하게 안내해 주시고 구경한 값을 생각하면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세 남자 중에서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TV로만 보던 와이너리를 구경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었던 견학이었습니다.